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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갈대꽃 ㅣ 창비시선 69
오봉옥 지음 / 창비 / 1988년 7월
평점 :
품절
숲노래 시읽기 2021.12.28.
노래책시렁 206
《지리산 갈대꽃》
오봉옥
창작과비평사
1988.7.1.
나라(정부)에서는 말을 자꾸 뒤집으면서 바늘(예방주사)을 맞고 또 맞고 다시 맞으라고 합니다. 숱한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나라는 입을 싹 씻습니다. 나라가 입을 씻더라도 글바치(지식인·작가)라면 입을 씻지 말 노릇입니다. 그러나 입을 여는 글바치는 어디에 있을까요? 더구나 이 나라는 2022년부터는 ‘백신패스 딩동’을 밀어붙입니다. 사람들이 웃을 일이 없기에 웃기려고 벌이는 바보짓일까요? 사람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도 않을 뿐더러 촛불을 들 생각이 없어 보이니, 일본과 박정희가 총칼로 억눌렀듯 신나게 짓밟으려는 셈일까요? 《지리산 갈대꽃》을 내놓은 노래님은 한때 ‘국가보안법을 어긴 탓에 가싯길을 걸어야’ 했다지만, 이제는 열린배움터에서 길잡이 노릇을 합니다. 둘로 갈린 나라가 하나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뜻을 글(시)에 담던 지난날 글돌이(남성 작가)를 보면, 하나같이 ‘이쁜 북녘 순이를 안고 핥고 부비는 줄거리’를 적었습니다. 요즈음 눈길로만 엉큼질을 글에 담은 셈이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지난날 눈길로도 거북합니다. ‘-더란다’ 같은 말씨처럼 구경하는 자리에 선 글바치란, 갈라치기로 미움(분노)을 일으켜 서로 싸우도록 내모는 글줄이란, 왼켠도 오른켠도 똑같이 나라 떡고물을 받아온 길입니다.
ㅅㄴㄹ
늙은 애비 헛간에서 죽었더란다 / 두 섬 쌀마지기 숨겼다고 쪽발이놈 죽였더란다 / 고운 아내 골방에서 죽었더란다 / 벌건 대낮에 강간하고 양키놈이 죽였더란다 (지리산 갈대꽃―아버지 10/22쪽)
이웃나라 북한여자와 결혼을 했어 / 굳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 우린 이 옷 저 옷 팽개치고 속살로 만났지 / 아픈 허리 휘어감고 밤새 뒹굴었어 / 무에 더 필요 있을까 / 달덩이 같은 방뎅이 이렇게나 푸짐한데 / 요건 분명 외국산이 아니었지 / 한라에서 백두까지 몇천번 핥아도 / 다시다시 엉기고 싶은데 (난 너의 남편이야/1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