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12.13.

숨은책 585


《新註 墨場必携》

 洛東書院 엮음

 洛東書院

 1930.2.15.첫/1941.10.15.넉벌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있고, 글을 잘 쓰는 척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삶을 그대로 글로 옮기는 사람이 있고, 삶을 꾸며서 글로 꾸미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느 사람은 글빛을 글빛 그대로 읽으나, 어느 사람은 꾸밈글이나 거짓글을 도무지 안 알아봅니다. 저는 낱말책을 짓는 사람이라 맞춤길·띄어쓰기·서울말을 다 헤아리고 가다듬어야 합니다만, 저 혼자만 이럴 뿐, 어린이나 어른 이웃이 글을 쓴다고 할 적에는 셋 모두 아예 생각조차 말라고 얘기합니다. 모든 글은 모름지기 글쓴이 삶을 사랑으로 가다듬어서 풀어내면 됩니다. 맞춤길·띄어쓰기·서울말은 나중에 책으로 여밀 적에 엮는이가 추슬러 주면 넉넉해요. 《新註 墨場必携》는 노래쓰기(시쓰기)를 이끄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중국사람이 예부터 쓰는 한문을 바탕으로 어떻게 글씨를 맞추어 노래를 엮는지 짚어요. 한자를 쓰되 ‘두글씨∼열여섯글씨’로 맞추는 길을 들려주고, 중국글을 보기로 찬찬히 듭니다. 우리한테는 ‘시조’가 있었다지만, 막상 글바치 아닌 수수한 살림돌이나 살림순이가 ‘시조’를 즐긴 일은 없다시피 해요. 오늘날은 수수한 이웃님이 마음껏 노래(시)를 쓰거나 즐길까요? 좀 나아졌을까요? 삶을 노래하는 길이 너무 먼 우리 글꽃(문학)에 갇혔다고 느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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