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노래

책하루, 책과 사귀다 69 술배



  저를 처음 보는 어린이가 “왜 남자가 머리가 길어?”, “남자야? 여자야?”, “선생님은 주량 어떻게 돼요? 우리 엄마는 맥주 되게 좋아하는데.”, “와, 알통맨이다! 알통맨이야! 선생님 알통 어떻게 키웠어요?” 하고 묻더군요. 집에서 어버이가 늘 보이거나 말하는 결에 따라 어린이 생각이 고스란히 자랍니다. 어린이는 왜 머리카락에 따라 순이돌이(남녀)를 가를까요? 집에서 어버이가 그렇게 사람을 가르거든요. 설거지나 빨래를 하는 사내를 처음 보는 어린이도 “왜 남자가 설거지를 해?”, “왜 남자가 빨래를 해?” 하고 묻습니다. 스무 살이 되도록 부엌칼을 쥔 적이 없거나 밥을 차린 적이 없는 젊은이를 만나고, 짝이 있고 아이를 낳았으되 서른 살이 넘도록 걸레를 빨아서 바닥을 훔친 적이 없는 분도 만나는데, 이러한 삶길에 서면 어린이는 어버이한테서 무엇을 배울까요? 걸어다닌 적이 없고, 골목놀이를 한 적이 없고, 아름다운 그림꽃책(만화책)을 쥔 적이 없고, 풀꽃하고 말을 섞은 적이 없고, 맨발로 풀밭을 거닌 적이 없고, 빗물을 혀로 받아서 먹은 적이 없는 어린이는 무엇을 물어보고 생각할 만할까요? 술배(주량)를 묻는 아이한테 빙그레 웃으며 “즐기고 싶은 만큼만 마셔.” 하고 얘기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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