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2021.11.10.
헌책집 언저리 : 고무신
저는 고무신을 꿰고서 책집마실을 다닙니다. 아니, 저한테는 고무신만 있습니다. 꼼꼼히 따지자면 ‘고무’가 아닌 ‘플라스틱’이라서 ‘플신(플라스틱신)’입니다. 2010년 언저리까지는 고무로 찍은 고무신이 있었습니다만, 뒷굽이 쉽게 까져서 싫다는 사람들이 많아서 말랑말랑한 플라스틱으로 가볍게 찍는 ‘플신’을 ‘고무신 모습’으로 내놓을 뿐입니다. 고무로 찍는 고무신은 중국에서만 나온다고 들었습니다. 서울·큰고장 이웃님은 “요새도 고무신을 파느냐?”고 묻습니다만, 시골 할매할배는 다 고무신을 뀁니다. 그런데 시골 읍내나 면소재지에 사는 이웃님도 “아직도 고무신이 있나요?” 하고 묻더군요. 고무신은 시골 저잣거리나 신집에서도 팔고, 서울 저잣거리나 신집에서도 팝니다. 다만 서울·큰고장에서는 ‘신집’에서 팔 뿐, ㄴ이나 ㅇ처럼 큰이름을 붙이는 데에서는 안 팔지요. 적잖은 분들은 “요새도 헌책집을 다니는 사람이 있느냐?”나 “아직도 헌책집이 있나요?” 하고 묻는데, 헌책집은 서울이며 나라 곳곳에 튼튼하고 의젓하게 있습니다. ‘알라딘 중고샵’이 아닌 ‘헌책집’은 신촌에도 홍대에도 있고, 여러 열린배움터(대학교) 곁에도 있으며, 안골목에 가만히 깃들어 책손을 기다립니다. 새로 나와서 읽히는 책이 있기에, 이 책이 돌고돌 징검다리인 헌책집이 있기 마련입니다. 고무신도 헌책집도 ‘흘러간 옛날 옛적 살림’이 아닌 ‘오늘 이곳 살림’입니다. 서울·큰고장 이웃님은 “요새도 흙을 짓는 사람이 있나요?”나 “아직도 시골에서 사는 사람이 있나요?” 하고 묻지는 않겠지요? 어쩌면 이렇게 물을 만한 분이 꽤 늘었다고도 할 텐데, 숲·들·바다가 있어야 서울·큰고장에서 사람이 살 수 있습니다. 새책집 곁에 헌책집이 있어야 책이 돌고돌 뿐 아니라, 오랜책으로 새롭게 배우는 살림길을 탄탄히 다스립니다. 발바닥이 땅바닥을 느끼기에 어울리는 고무신입니다. 오늘 이 터전을 어떻게 이루었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적에 아름다운가 하는 실마리하고 밑바탕을 ‘헌책·오래책·손길책’으로 되새기기 마련입니다.
ㅅㄴㄹ
* 사진 : 서울 숨어있는책. 2005
한창 이오덕 어른 글을 갈무리하던 무렵,
자전거를 달려서 찾아간 헌책집.
충북 충주부터 서울 신촌까지.
내 신(고무신)은 자전거를 달려 주느라
엄청난 책등짐을 짊어진 몸을 걸어 주느라
언제나 가장 밑바닥에서
온힘을 다해 주었다.
땀하고 먼지에 전 고무신을 헹굴 적마다
이나라 책마을 밑자락에서
조용히 땀흘리는 헌책집지기를
가만히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