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밤빛자리 (2021.10.29.)

― 서울 〈광명문고〉



  게으른 사람도 느린 사람도 없다고 느낍니다. 바지런한 사람도 빠른 사람도 없을 테고요. 때에 따라서 이런저런 낱말로 여러 모습을 나타내곤 하지만, 속내를 본다면 모든 사람은 저마다 숨빛을 살펴서 하루를 지어서 움직일 뿐입니다. 네 눈으로 나를 볼 까닭이 없습니다. 내 눈으로 너를 볼 일이 없어요. 너를 봐야 한다면 네 눈으로 보면 되고, 나를 봐야 할 적에는 내 눈으로 보면 돼요.


  어떻게 “내가 네가 아닌데, 너를 네 눈으로 보느냐?” 하고 묻는 분이 많습니다만, “스스로 생각을 기울이면, 나를 언제나 나로 바라볼 줄 알고, 내가 나를 바라볼 줄 안다면, 내 곁에 있는 너를 너로서 너답게 네 마음으로 스며서 바라보기 마련입니다.” 하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즐겁게 설 적에 나부터 나로서 나답게 보기 마련이고, 이때에는 누구를 보더라도 바로 그님 눈빛으로 피어나요.


  작은아이하고 서울마실을 합니다. 고흥에서 나서는 길부터 시골버스가 한참 늦습니다만, 그만큼 아침빛을 머금고서 읍내로 나와 시외버스로 갈아탑니다. 어디를 가든 비슷한데, 아이를 안 살피고 멋대로 구는 늙은사람이 많습니다. 아이를 툭툭 친다든지, 옆사람을 밟는다든지, 이런저럭 막짓사람은 누구보다 그이 스스로를 바라볼 줄 모르는 하루를 살아가는구나 싶어요. 그이 스스로 참답게 사랑하는 마음이라면 아이가 싫어할 일이나 옆사람을 거북하게 할 까닭이 터럭만큼도 없어요.


  오늘은 서울 은평 〈광명문고〉애서 ‘밤빛수다(심야책방)’를 폅니다. 마을책집에 모인 분하고 나란히 앉아서 말길을 엽니다. 누리그물을 열어 마주하는 여러분하고 말노래를 나눕니다. 글은 잘 써야 하지 않고, 책은 잘 읽어야 하지 않습니다. 일을 잘 해내거나 놀이를 잘 해내야 할까요? 글은 즐겁게 쓰면 되고, 책은 반갑게 읽으면 됩니다. 일은 즐겁게 하고, 놀이는 신나게 하면 넉넉해요.


  잘 보려고 애쓰기에 잘 볼는지 모릅니다만, “잘 보려는 눈길”로는 메마르거나 딱딱한 학술논문이 쏟아집니다. 즐겁게 보려고 마음을 기울이니 즐거운 눈빛이 환하게 이야기책이 태어나요. 신나게 하루를 그려서 실컷 놀이하는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는 살림이기에 글 한 줄을 쓰면서도 웃음빛이 물씬 흐릅니다.


  맞춤길(표준·규정·규칙·법·이론·논리·이미지)은 모두 겉치레입니다. 맞추는 겉치레로는 삶도 사랑도 살림도 사람도 숲도 담아내지 못해요. 맞춤길로는 서울을 세우고 잿빛집을 올리고 부릉이를 몰 테지요. 글을 쓰거나 책을 일구고 싶다면, ‘맞춤틀을 버리’면 됩니다. 사랑길을 걷고, 살림길을 노래하고, 삶길을 돌보고, 사람길을 손잡으면 글이란 어느새 꽃처럼 눈부시게 피어난답니다.


《꿈을 나르는 책 아주머니》(헤더 헨슨 글·데이비드 스몰 그림/김경미 옮김, 비룡소, 2012.4.18.)

《숲속 100층짜리 집》(이와이 도시오 글·그림/김숙 옮김, 북뱅크, 2021.8.15.)

《도서관을 구한 사서》(마크 앨런 스태머티 글·그림/강은슬 옮김, 미래아이, 2007.5.15.)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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