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62 아이는



  아이는 스스로 어디에서나 빛(보물)을 보고서 하나하나 곁에 두며 숨결을 받아들이는구나 싶어요. “무엇을 보니?” “응, 여기 좀 봐.” “무엇이 있어?” “잘 봐. 안 보여?” “알았어. 잘 볼게.” “잘 보면 다 보여.” 글씨를 몰라도 무엇이든 보고 느끼고 배우는 아이입니다. 글씨가 적힌 종이꾸러미를 보아야만 ‘읽기’이지 않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숨결을 가만히 보면서 속빛하고 속내하고 속사랑하고 속숨을 느끼고 알아차려서 받아들인다면, 더없이 멋진 ‘읽기’이지 싶어요. 책에 적힌 줄거리를 따라가면서 이웃사람 삶을 읽을 수 있습니다만, 이웃사람을 마주하는 오늘 이곳에서 마음으로 삶을 읽으면 한결 빛나요. 책으로 옮기고 나서야 들여다보는 삶이 아닌, 책에 안 적혔어도 언제나 삶을 읽을 줄 안다면, 바람하고도 얘기하고 별님하고도 속삭이고 풀벌레랑 새하고도 조곤조곤 수다를 할 테지요. 모든 아이는 늘 입과 손과 마음으로 《파브르 곤충기》도 쓰고 《초원의 집》도 쓰고 《반지의 제왕》도 씁니다. 어버이나 어른이라면 아이 곁에 쪼그려앉거나 함께 나무를 타거나 들판을 맨발로 뛰놀면서 함께 삶읽기·숨읽기·빛읽기·오늘읽기·사랑읽기·숲읽기를 누리면서 눈길을 확 틔울 만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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