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동네
이와오카 히사에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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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느낌글은 2010년에 처음 썼습니다.

어느덧 열한 해를 묵은 느낌글이기에

요모조모 손질했습니다.

이동안 이 만화책은 판이 끊어졌습니다.

헌책집에서 찾아내는 이웃님이 늘기를 바라며.

그리고 다시 태어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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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9.17.

고양이를 사랑하며 그리나요



《고양이 동네》

 이와오카 히사에

 장혜영 옮김

 대원씨아이

 2010.7.15.



  고양이를 다루는 그림꽃(만화)이 갑작스레 부쩍 늘었습니다. 고양이를 이야기하는 글책이나 그림책도 차츰 늡니다. 예부터 고양이나 개 이야기를 다루는 책은 늘 있었습니다만, 오늘날처럼 이렇게 부쩍 나오지 않았습니다. 집고양이 얘기이든 골목고양이 삶이든, 이렇게 이래저래 다루는 책은 그리 흔하지 않았습니다.


  고양이 이야기를 펼치는 그림책이나 그림꽃책을 들여다보면서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그려낸 이들은 참으로 고양이를 사랑하며 그리나요? 그저 바람(유행)처럼 그리지는 않나요? 집에 고양이 한 마리쯤 으레 키우니 손쉽게 고양이 이야기를 그리지는 않나요?


  나와 가까운 자리에 있기에 고양이를 그린다면, 나와 ‘똑같이 가까운 자리에 있는’ 다른 삶을 얼마나 들여다보며 담아내는지 궁금합니다. 글붓(연필) 한 자루 이야기이든, 걸상 하나 이야기이든, 책 한 자락 이야기이든, 신 한 켤레 이야기이든, 슈룹(우산_ 하나 이야기이든 얼마든지 그릴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어느 한 가지라도 제대로 보며 담아내는지 궁금합니다.


  그림꽃책 《고양이 동네》(이와오카 히사에/장혜영 옮김, 대원씨아이, 2010)를 만나고 나서 이 그림꽃님이 선보인 《토성 맨션》이며 《파란 만쥬의 숲》이며 《하얀 구름》을 만났습니다. 흔히 다룰 만하면서도 깊거나 넓게 파고드는 일이 드문 이야기를 수수하게 짚어 나가는 붓끝이 정갈하다고 느낍니다. 그러려니 여기거나 그렇겠다고 여기면서 지나칠 대목을 왜 그러하려나 하고 조용히 생각에 잠기면서 천천히 걸어가는 숨빛을 붓끝으로 담는구나 싶어요.


  일본에서 나온 이름은 “ねこみち”입니다. 우리말로는 “고양이 동네”라기보다 “고양이길”이 어울립니다. 고양이가 가는 길, 고양이가 바라보는 길, 고양이가 살아가는 길, 이런 길을 다룬다고 할 만한데, 찬찬히 읽노라면 “엄마길”이나 “엄마가 바라보는 길”이나 “엄마가 살아가는 길”을 그리네 싶어요.


  처음부터 주루룩 읽고 나서, 군데군데 문득문득 펼쳐서 읽습니다. 그림꽃님은 “고양이를 맡아 기르고 챙기며 보살피는 엄마”가 바라보는 길을 고양이하고 나란히 놓으면서 그렸구나 싶습니다.


  이 《고양이 동네》에 나오는 고양이 ‘타이츠’는 ‘엄마 곁에 가장 오래 머무릅’니다. 누구보다 엄마 곁에 있을 때 고양이 타이츠는 가장 느긋하며 사랑스럽습니다. 엄마는 고양이 타이츠한테 늘 말을 겁니다. 고양이 타이츠는 사람 말을 하기보다는 가만히 듣는데, 못 알아들어 가만히 있는다 여길 수 있고, 엄마가 들려주는 말을 마음으로 새긴다 할 수 있습니다. 엄마도 ‘고양이가 내 푸념을 들어 준다’는 생각보다는 다른 집님과 매한가지로 고양이 타이츠한테 말을 겁니다.


  이렇게 고양이한테 말을 거는 엄마가 이 《고양이 동네》를 이어가는 고갱이일 수 있구나 싶어 다시금 책을 펼칩니다. 그래, 이름은 “고양이 동네”이지만, 이 고양이 마을을 오롯이 그리자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새벽부터 밤까지 마을 한삶을 고스란히 들여다보며 담아야 합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또 새벽부터 밤까지 ‘마을에 머물며 마을을 지키는’ 사람은 아빠도 아이도 아닙니다. 바로 엄마입니다. 어깨동무(성평등)이니 무어니 떠들어도 이 나라뿐 아니라 이웃 일본도 돌이(남자)는 돌이끼리 바깥일을 합니다. 이 나라도 저 나라도 순이(여자)는 집에 머물며 아이를 돌보고 살림을 꾸립니다. 순이돌이(남녀)가 함께 집일을 하며 함께 집에서 지내고 함께 마을을 들여다보거나 함께 사랑하는 일은 너무 드뭅니다. 마을을 깨끔하게 가꾸거나 정갈하게 돌보는 몫은 온통 순이가 합니다.


  엄마는 아빠를 일터로 보내고 아이를 배움터로 보냅니다. 혼자 집에 덩그러니 남습니다.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하며 이불을 말린 다음 가게로 가서 저녁거리를 마련합니다. 마른 빨래를 걷어 옷칸에 넣고 ‘어제와는 다른 저녁거리’를 생각하다 보면 곧 하루가 저뭅니다. 참말로 “이대로 괜찮은 걸까(23쪽)” 하는 생각이 절로 날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숨을 짓는 엄마 옆에 고양이 타이츠가 다가와 살며시 앉습니다. 고양이 타이츠가 엄마 곁에 앉아 마을을 함께 바라봅니다.


  고양이랑 함께 살아가며 고양이 이야기를 살가이 풀어내는 책을 보면 반갑습니다. 고양이 이야기를 풀어내었기에 반갑기도 하지만, ‘살가이 풀어내는 그린이 마음결’이 더없이 반갑습니다.


  곁에서 노상 같이 살아가는 님을 살가이 보듬으며 이야기 하나 엮는 일은 아주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글이든 그림이든 그림꽃이든 빛꽃(사진)이든, 우리 곁 살가운 벗이나 이웃이나 살붙이 삶을 고스란히 들여다보거나 껴안으며 알뜰살뜰 담는 사람은 아직 드물구나 싶습니다. 가까이 있으나 꽤 멀리 떨어졌다고 할는지, 가까이 있어 흔하고 쉬우니까 아예 젖혀 놓는지 모르겠어요. 언제나 받으니 사랑이라고 안 느끼는 어머니 품일 수 있겠지요. 한결같이 누리니까 믿음이라 깨닫지 못하는 어버이 숨결일 수 있을 테지요.


  그림꽃책 《고양이 동네》는 ‘숨쉬니 기쁘다’고 말하는 엄마 삶을 차분히 담아 주어 반갑습니다. ‘옆에 있으니 고맙다’고 말하는 엄마 목소리를 고이 실어 주어 따스합니다. ‘애쓰기보다 사랑해 주자’고 말하는 엄마 손길을 느끼도록 해주어 사랑스럽습니다.


ㅅㄴㄹ


“와, 이 아이예요?” “네, 마지막 한 마리예요. 괜찮으세요?” “네. 열심히 키울게요.” “열심히는 안 해도 되니까, 많이 귀여워 해 주세요.” “네.” (165쪽)


“있잖아, 아빠, 오늘 타이츠가 …….” “그랬어?” “그래서 있잖아. 엄마 잘못이니까. 새 옷 사 달라고 그랬어.” “리쿠, 요즘 엄마가 새 옷 입은 거 본 적 있니?” “응?” “엄마는 늘 똑같은 옷만 입는 것 같지 않니?” “그런가?” (123쪽)


“리쿠는 잘 있니?” “아, 응. 이제 5학년이라 웬만한 건 혼자 알아서 해.” “어머, 기특해라.” “이대로 리쿠도 타이츠도 점점 어른이 되어 가겠지.” “벌써부터 쓸쓸해 하지 마.” “쓸쓸해 한 거 아니거든!” “그러셔?” “괜찮아. 둘 다 자립해도. 나도 어른인걸. 안 놀아 줘도 괜찮아. 가끔이라도 좋으니까 옆에 있어 주기만 하면.” “쓸쓸해 하는 거 맞구먼.” (67쪽)


“응? 타이츠? 밤에 보는 넌 아이돌만큼이나 귀엽구나. 혹시 엄마 기다린 거니?”(60쪽)


 “네가 창가에서 자는 걸 보면 왠지 안심이 돼. 하지만 익숙해지면 또 그런 생각이 들겠지. 할 일도 많은데. 가끔 가슴에 구멍이 뻥 뚫려. ‘이대로 괜찮은 걸까’ 하고 말야. 리쿠 아빠도, 리쿠도 많이 사랑해. 하지만 조금 지친 걸까. 응? 타이츠.”(23쪽)


“어머, 타이츠도 왔니? 응? 저리 가. 타이츠. ……. 엄마가 졌다.” ‘숨쉬고 있구나. 그것만으로도 기뻐.’ (170∼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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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ねこみち #岩岡ヒサエ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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