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9.12.
숨은책 552
《志操論》
조지훈 글
삼중당
1962.10.15.
경북 영양군을 사랑하는 이웃님을 만나러 영양에 마실을 하고서야 글님 조지훈·이문열 두 사람이 그 고장에서 나고자란 줄 처음 알았습니다. 두 사람이 걸은 길은 다르되, 글자락이 사람들 마음자락에서 빛나기를 바라는 뜻은 매한가지였으리라 생각합니다. 1920년에 나서 1968년에 숨을 거둔 조지훈 님은 1962년에 남긴 《志操論》이란 책에서 엿보듯이 나무줄기처럼 곧고 바른 길을 이야기하면서 몸소 살아갔다고 할 만합니다. 가만 보면 ‘芝薰’이란 이름은 ‘풀내음’을 뜻해요. ‘지훈·지조’란 ‘풀내음·나무줄기’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풀꽃다우면서 나무다운 숨결을 건사하며 돌보는 마음일 적에 저마다 푸르게 빛난다고 하겠어요. 푸른배움터를 다니던 무렵에는 ‘청록파 시인’이라는 이름을 외워야 했다면, 스무 살로 접어들 즈음부터는 《지조론》이란 책을 만나고 싶어 여러 헌책집을 한참 돌았습니다. 일찍 저승길로 간 분이기에 이분이 책을 선보인 그무렵에 나온 판으로 읽으며 ‘이승만·박정희’로 잇닿는 나라를 어떻게 느끼면서 젊은이한테 길잡이가 되려는 눈빛이었나를 돌아보려 했어요. 풀꽃나무는 해바람비를 머금으면서 온누리에 새숨을 베풉니다. 풀꽃나무가 자라기에 우리 터전은 푸른별이란 이름으로 빛납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