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9.6. 곱다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아침 여덟 시, 드디어 ‘곱다’ 말밑풀이를 마무리합니다. ‘곱다’라는 우리말을 놓고서 지난 2016년에 ‘아름답다’라는 비슷한말하고 둘이 다르면서 닮은 결을 풀어냈다면, 그 뒤 다섯 해가 지난 오늘에 이르러 “‘곱다’는 왜 ‘곱다’이면서, 이 낱말에서 비롯하여 퍼진 이웃 낱말은 무엇인가?” 하는 수수께끼를 풀어냅니다. 다만, 풀어냈대서 끝이 아닙니다. 첫발일 뿐입니다.
우리말 ‘곱다’를 뜯고 풀고 헤치고 다시 여미면서 ‘고스란히’하고 ‘고분고분’ 뜻풀이를 새롭게 갈무리하고, ‘굽다’와 ‘곱다 2 3 4’을 추스릅니다. ‘고요하다’ 뜻풀이도 손질해 놓습니다. 말밑을 가다듬으려고 몇 달 앞서부터 하나씩 밑감을 그러모았고, 새벽 여섯 시부터 하나씩 짚은 끝에 이제 내려놓으니 어깨가 가벼운데요, 이다음에 풀어낼 말밑이 수두룩하지요. ‘생각·마음·셈(숫자)·가다·참·품·일·온·몸·밝다’ 같은 낱말이 언제쯤 저희를 다스려 주겠느냐며 손꼽아 기다립니다.
흔히 “말은 목숨이 없다(무생물)”고 여기지만, 낱말책을 짓는 저로서는 늘 말(낱말)하고 속삭입니다. 새벽 두 시 무렵에 일어나서 일손을 잡을 적에도, 셈틀을 끄고서 집안일을 할 적에도, 바깥일을 보려고 마실을 다닐 적에도, 늘 ‘목숨 없다는 말’하고 씨름을 하고 소꿉을 놉니다.
그러고 보면 낱말은 밥을 먹지 않아요. 밥을 안 먹으니 삶이나 죽음이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말은 목숨이 없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렇지만 밥만 안 먹을 뿐, 우리가 생각을 마음에 그려서 소리로 터뜨리는 이 말(낱말)에는 빛이 흐릅니다. “말 한 마디로 사람을 죽이고 살린다”는 이야기를 왜 하겠습니까. 말에는 틀림없이 숨빛이 있기 때문에, 이 말 한 마디로 사람이 죽거나 삽니다.
온누리에 퍼지는 숱한 죽임말을 보셔요. 거짓말을 마치 참말인 듯 꾸며서 퍼뜨리는 글꾼이 수두룩합니다. 거짓말이 들통나도 뻔뻔할 뿐 아니라, 슬쩍 핑계를 대고서 빠져나갑니다. 이들은 우리가 죽임말에 휩쓸리면서 우리 마음에 흐르는 넋을 하찮게 여기도록 길들인다고 느낍니다. 우리가 우리답게 말하는 길을 걸어가면, 둘레에서 누가 떠들거나 막짓을 일삼아도 아랑곳할 까닭이 없어요. 우리는 우리다운 말을 마음에 품고서 즐거이 노래하면 넉넉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고운결로 숨을 쉬고 사랑을 나누는 사람이니까요.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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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