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9.2.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 ‘조선식물향명집’ 주해서》

 조민제·최동기·최성호·심미영·지용주·이웅 엮음, 심플라이프, 2021.8.15.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 ‘조선식물향명집’ 주해서》를 천천히 읽는다. 가벼이 내리는 비를 헤아리며 오늘도 조금 읽다가 덮는다. 이튿날 또 읽어야지. 살짝 읍내 우체국을 다녀온다. 시골버스를 모는 일꾼은 손님이 한 사람조차 없어도 입가리개를 한다. 우리는 너무 착한 사람일까? 나라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숨죽이는 버릇이 이토록 깊을까? 전남 고흥에 깃들어 세 해째이던 2013년 봄날, 고흥군수 막삽질에 맞서는 여러 어르신하고 멧마실을 하다가 들꽃을 보고서 걸음을 멈추었다. 한 분은 “광대나물 가운데에서도 희귀한 녀석이네!” 하고 말한다. 다른 분은 “‘광대나물’이 뭐여? 우린 다들 ‘코딱지나물’이라 했는디.” 한다. “‘코딱지’? 이쁜 들꽃에 무슨 그런 이름을 붙여?” “코딱지가 뭐 어때? 코딱지처럼 꽃이 주룩 늘어지니까 코딱지나물이라 했제. 맛있어. 코딱지처럼 맛나.” 풀꽃나무 이름은 예부터 시골사람이 흙살림을 하면서 저마다 즐겁게 지었다. ‘민들레’를 가리키는 사투리가 그렇게 많은데 ‘망개’를 가리키는 사투리도 억수로 많다. 2021년 우리는 손수짓기(자급자족)를 잊은 나머지 풀꽃나무한테 이 터전에 걸맞게 이름을 짓던 숨결을 손수 버렸다. 이 쓸쓸한 살림새를 다독여 주는 두툼한 풀꽃책이 반갑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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