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기한 박물관에 출근한다 2
사와라 토모 지음, 나민형 옮김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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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8.22.

살림숲이라는 자리


《나는 신기한 박물관에 출근한다 2》

 사와라 토모

 나민형 옮김

 시리얼

 2019.10.25.



  《나는 신기한 박물관에 출근한다 2》(사와라 토모/나민형 옮김, 시리얼, 2019)을 읽으며 우리나라 살림숲(박물관)은 어떠하려나 헤아립니다. 저는 우리나라 살림숲은 안 찾아갑니다. 볼거리가 없다고도 할 만하지만, 집(건물)만 덩그러니 크고 속살(전시물)은 후줄근하기 일쑤예요. 무엇보다도 이 나라를 이루는 수수한 사람들이 지은 여느 살림살이는 거의 안 쳐다봅니다.


  곰곰이 보면 책숲(도서관)도 비슷합니다. 나라책숲(국립중앙도서관)은 얼마나 수수한 사람들 이야기에 눈길을 두거나 마음을 기울일까요? 수수한 살림말로 일군 수수한 살림노래를 나라책숲은 얼마나 건사할까요?


  덩치가 커다란 살림숲이나 책숲이 있어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더 많이 건사하는 커다란 살림숲이나 책숲도 있을 노릇입니다. 그러나 모든 고장에 조촐한 살림집을 알맞게 손질해서 마을 한켠 아늑하고 즐거운 살림숲하고 책숲부터 있을 노릇입니다.


  그림꽃책은 ‘살림숲(박물관)’ 가운데 ‘푸른살림숲(자연박물관)’이 맡은 일을 들려줍니다. 마을 어린씨·푸른씨·어른한테 숲하고 마을하고 삶이 얽힌 고리를 보여주고 들려주는 푸른살림숲일 뿐 아니라, 늘 숲을 돌아보고 이웃이자 동무가 되어 푸른 눈빛과 숨결을 건사하는 마음으로 나아가는 길을 보여주지요. 벼슬자리(공무원)로 들어가는 살림숲이 아닌, 우리가 이 별에서 발을 디디며 살아가는 곳이 어떻게 얽히면서 함께 빛나는가를 생각하고 느끼고 배워서 사람답게 하루를 짓는가 하는 실마리를 얼핏 밝히는 살림숲입니다.


  살림살이를 보듬는 살림숲이 있다면, 스스로 보금자리를 보듬는 보금숲입니다. 우리 살림집은 새롭게 “오늘을 보여주고 어제를 되새기며 모레를 그리는 삶터”예요. 이런저런 부스러기(정보·지식)를 외우도록 한다면 살림숲도 배움터도 아닙니다. 오늘·어제·모레를 잇고 엮는 실마리를 어린씨랑 푸른씨가 새롭게 바라보면서 찾도록 북돋울 살림숲이자 배움터입니다. 배움수렁(입시지옥)을 없애지 않는 나라(정부)한테 뭘 바라겠습니까만, 벼슬꾼을 쳐다보지 말고 우리 스스로 어린씨하고 푸른씨한테 물려주고 돌볼 수수한 오늘 살림을 바라보고 가꾸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올빼미를 사육할 때 최대 사인은 아사야.” (14쪽)


“아니, 우는 건 긴장이 풀려서야! 여기를 자기 구역이라고 정한 것 같아.” “그럼 소쩍이도 박물관의 일원이네요.” (22쪽)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수의 고래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일본의 모래사장에 잠들어 있는 거야.” (59쪽)


“그럼 제가 선생님 연구를 도울게요! 그리고 만약 나루토 선생님이 해결 못 하면 제가 이어서 할게요! 뭐, 그건 문어 다음이 되겠지만.” (106쪽)


“하나 더. 빠뜨릴 수 없는 게 밤하늘이야. 하늘에 별이 가득 떠 있거든! 맑게 갠 밤에 갑판에서 뒹구는 건 최고지!” (143쪽)


“밤에 건너는 새는 별을 보고 날거든. 소쩍이도 자기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보고 있는 거야.” (165쪽)


“저렇게 신비한 일이 바로 근처에서 매년 일어나고 있었다니.” “인간이 살았을 때보다 훨씬 먼 옛날 태곳적 시대부터 세계의 산에서 반복되어 왔던 일이야.” “그걸 저는 몇 십 년이나 모르고 살아왔군요.” (186쪽)


#早良朋 #へんなものみっけ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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