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노래

삶자취 2 고향은?



[물음] 작가님은 고향이 어디세요?


[얘기] 언뜻 쉽게 말할 만하지만 오히려 쉽지 않네요. 저는 ‘고향’을 안 생각하며 살기 때문에 ‘고향’을 물으면 할 말이 없답니다. 한자말인 ‘고향’을 안 좋아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아요. 이 낱말 ‘고향’이 워낙 갖가지로 아무 데나 쓰이는 터라, 누가 제 ‘고향’을 물어볼 적에 뭐라고 말해야 하나 아리송하더군요.


먼저 제가 태어난 곳은 인천 남구 도화1동입니다. 인천에서 자랄 적에는 제가 태어난 데를 구태여 찾아볼 생각이 없었는데, 인천을 떠났다가 2007년에 돌아와서 이듬해인 2008년에 큰아이를 낳고 2009년 무렵에 큰아이를 업고서 제가 태어난 골목집에 찾아간 적 있어요. 어렴풋했지만 옛날 골목집이 그무렵까지 안 헐린 듯하더군요. 그곳을 2020년에 다시 갔는데 뜻밖에 안 헐리고 낡은 채 있는 듯했어요.


우리 형은 다른 데에서 태어났을 수 있고, 우리 아버지는 인천 중구 송월동3가에서 터를 잡고 어머니하고 살림을 꾸리신 듯해요. 주안동에도 살고 꽤 자주 살림집을 옮기셨던데, 저는 일곱 살 무렵부터 인천 중구 신흥동3가에서 열여덟 살까지 살았고, 이해에 연수동으로 갔어요. 이태 뒤에는 인천을 떠나 서울 한국외대 앞에서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살았고, 2003년 가을부터 충북 충주·음성 사이에서 몇 해를 지내다가 인천으로 돌아왔다가 2011년부터 전남 고흥에 터를 잡고서 곁님하고 두 아이랑 조용히 사는데, 어느 곳이 ‘고향’이라고는 말을 못하겠어요. 2021년 8월에 모처럼 인천 중구 선화동 골목을 걷다가 〈공화춘〉을 스쳤는데, 번드르르하게 손질한 바깥담하고 알림판이 낯설더군요. 외려 골목집 고추가 반가워요.


저는 보금숲을 그리는 마음이에요. 곁님하고 아이하고 사랑으로 짓는 보금자리를 숲으로 돌보는 터전이라면 그곳이 ‘고향’이지 싶어요. 푸른들에 파란하늘이에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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