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에몽 37 - 개정완전판
후지코 F. 후지오 지음, 박종윤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8.18.

어린이부터 읽는



《도라에몽 37》

 후지코 F.후지오

 박종윤 옮김

 대원씨아이

 1996.10.29.



  《도라에몽 37》(후지코 F.후지오/박종윤 옮김, 대원씨아이, 1996)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얼마나 자주 읽었나 돌아보면, 머리가 띵하거나 숨을 돌리고 싶을 즈음 《도라에몽》은 더없이 살뜰한 동무로 곁에 있었지 싶습니다. 마치 푸른들에 일렁이는 들풀 같은 그림꽃책이랄까요. 푸릇푸릇 돋아나며 바람 따라 살랑이는 풀물결 같습니다. 온누리 어린이가 이 그림꽃책을 좋아할 뿐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손을 떼기 어려운 까닭을 알 만해요. 그림꽃님은 온사랑을 다해서 아주 수수하면서 투박한 나날을 상냥하고 따스하게 그렸거든요.


  그림꽃책 《도라에몽》은 ‘어린이만 보는’ 책이나 ‘어린이가 보는’ 책이 아닙니다. ‘어린이부터 보는’ 책입니다. 이 대목을 살피지 못한다면 숱한 어린이책이나 그림책을 제대로 살피지 못해요. 모든 어린이책은 어린이부터 읽습니다. 모든 그림책도 어린이부터 읽어요. 아, 그림책은 아기부터 읽는다고 해야 걸맞겠지요.


  어린이부터 읽는 책이기에 아무 이야기나 안 담습니다. 어린이부터 읽는 책이라서 아무 말이나 안 씁니다. 어린이부터 읽는 책이기에 어린이가 스스로 꿈을 그리고 사랑을 지어 슬기롭고 상냥하면서 참하게 오늘을 뛰놀고 살아내는 길을 가마니 들려줍니다. 어린이부터 읽는 책이기에 둘레 어른한테서 사랑받는 하루를 보여주고, 스스로 앞으로 어른이 될 적에 새 아이들한테 어떻게 사랑을 새삼스레 물려주면서 함께 아름다울까 하는 생각자락을 펴지요.


  어린이부터 읽는 책은 꾸미거나 멋부리거나 치레하지 않습니다. 어린이부터 읽는 책은 자랑하거나 뽐내거나 우쭐거리지 않습니다. 어린이부터 읽는 책은 꿈하고 사랑을 바탕으로 합니다. 어린이부터 읽는 책은 셈겨룸(시험)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어린이부터 읽는 책은 보금자리하고 마을을 숲으로 가꾸는 어진 숨빛을 담습니다. 어린이부터 읽는 책은 모든 어른이 언제나 아이다운 마음씨를 건사하는 줄 포근히 밝힙니다.


  아이가 푸른씨 나이(14살)로 접어들었대서 꽃글(동화)이나 그림책이나 그림꽃책을 더는 안 읽히려는 분이 꽤 많습니다만, 잘못 생각한 셈이에요. ‘-부터 읽는’을 제대로 모르는 터라 푸른씨한테도 어른한테도 넉넉히 마음빛이 될 숱한 책을 갈라 놓는 셈이거든요.


  ‘어른만 읽을 책’도 있기는 해야겠으나 우리 삶터에는 ‘어른만 읽는 책’이 너무 많다고 느껴요. ‘어린이를 내세워 장사하는 책’은 끔찍하게 많아요. 이제는 이런 부스러기를 치워내고서 ‘어린이부터 읽는 책’하고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는 책’으로 거듭날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도라에몽》부터 함께 읽어 보시겠어요? ‘어린이부터 읽는’ 책이라고 얕본다면 큰코가 다칩니다.


ㅅㄴㄹ


“그렇게 재밌니? 그건 여자애들 프로잖아.”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어. 재밌는 건 똑같아.” (6쪽)


“내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낼 때마다 진구는 일만 저지르고 있어. 22세기에서 여기까지 온 보람이 없다고! 자신이 없어졌어.” (59쪽)


“키운다고? 엄마에게 들킬까 봐 숨겨 놓으면서? 밥은 어떡하고? 간식은? 용돈은?” “그렇게 따지면 어떡하라고. 너무하잖아!” “넌 너무 생각이 없어!” (115쪽)


“미래는 항상 변할 수 있어. 멍하고 있으면 똘똘이에게 빼앗길 수도 있닥.” “어떡하면 좋아!” “열심히 공부하고 운동도 해서 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거야.” “가능하다고 생각하니?” “내 생각에도 터무니없기는 해.” (134쪽)


“다른 사람 시험지를 보고 100점을 받는 것은 아주 나쁜 짓이야. 실력으로 도전해 봐. 실력으로.” “이게 나라니 믿어지지가 않아. 똘똘이 답안지를 봐야만, 내가 무사할 수 있는 거야. 너도 알고 있잖아.” “그런 행동은 절대 용서 못 해! 뭐냐, 똑같은 나라도 용서 못 해!” (147쪽)


“도전해 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르잖아! 남자라면 해보는 거야!” “난 여자야!” (181쪽)


#藤子F不二雄 #ドラえもん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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