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8.6.


《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

 박라연 글, 창비, 2018.4.13.



비가 좀처럼 안 오는 고흥 도화면이다. 뭉게뭉게 오르고 하늘을 확 덮기도 하지만 비는 뿌리지 않는 구름을 올려다보며 묻는다. “왜 비구름은 아니고 구름밭이기만 해?” “비구름이건 꽃구름이건 언제나 너희가 가장 즐거이 살아가는 길대로 찾아간단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작은아이하고 골짜기에 간다. 물이 매우 적다. 물이 적은 골짜기는 흙이 조금씩 쌓인다. 기운차레 흐를 적에는 바닥에 흙이 쌓일 겨를이 없고, 물살이 느리고 물이 적으니 흙물이 된다. 물이 적을 적에는 골짝물이 그다지 차지 않다. 한켠에 앉아서 글을 쓰자니 물잠자리 둘이 곁에 나란히 앉아서 날개춤을 선보인다. 한참 물잠자리 춤을 보자니 제법 큰 멧제비나비 하나가 나랑 작은아이 사이를 휘휘 감돌다가 날아간다. 나비는 언제나 얼마나 눈부신가. ‘눈부시다’는 햇살하고 나비하고 별빛을 바라보면서 태어난 낱말이지 싶다. 《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를 읽었다. 노래가 아닌 시라는 이름일 적에는 어쩐지 가락이 사라지는구나 싶다. 가락은 흩어진 채 글씨만 남는 오늘날 시이지 싶다. 스스로 빛나고 저절로 피어나는 꽃가락 같은, 날개춤 같은, 이러한 노래는 어디로 갔을까. 시인이나 문학이란 이름이 아닌 노래벗이나 노래지기나 살림노래라면 고울 텐데.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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