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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아침의 책들
스가 아쓰코 지음, 송태욱 옮김 / 한뼘책방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책읽기 2021.8.10.
인문책시렁 181
《먼 아침의 책들》
스가 아쓰코
송태욱 옮김
한뼘책방
2019.4.15.
《먼 아침의 책들》(스가 아쓰코/송태욱 옮김, 한뼘책방, 2019)은 수수하게 보낸 오늘을 찬찬히 적바림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책 하나를 둘러싼 어린 날을, 글 한 줄을 되새기는 나이든 날을 조곤조곤 읊습니다. 글님은 꾸미거나 덧붙이려 하기보다는 스스로 누리는 오늘을 그저 글이라는 빛살에 얹습니다.
한자말로는 ‘수필·산문’이라 하지만, 우리말로는 ‘글’입니다. 따로 이름을 붙인다면 ‘삶글’이나 ‘오늘글’쯤 됩니다. 삶을 쓰기에 삶글이요, 오늘을 쓰기에 오늘글이에요.
곰곰이 보면 두 갈래 글쓰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남을 쳐다보는 ‘남글’입니다. 남한테 잘 보이려고 쓰는 남글이고, 남 눈치를 보는 남글입니다. 남이 일러 주는 대로 손질하거나 가다듬는 남글이지요. 이와 달리 우리 스스로 바라보는 ‘나글’이 있어요. 마음을 읽고 느껴서 옮기는 나글입니다. 스스로 짓고 누린 하루를 담는 나글이에요.
둘레를 보면 숱한 글자락이 ‘나글’보다는 ‘남글’입니다. 보여주려고 쓰는 나글이 넘실거립니다. 스스로 삶을 사랑하며 쓰는 나글은 어쩐지 파묻힙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삶이자 하루이니 남을 볼 일이 없어요. 우리는 스스로 즐겁게 살 적에 아름다우니 나를 보면 됩니다.
먼 아침에 책이 있고, 가까운 밤에 글이 있습니다. 새로운 새벽에 노래가 있고, 싱그러운 낮에 바람이 흘러요. 부엌일을 하다가, 빨래를 마당에 널다가, 이불을 햇볕에 말리고 털다가, 저녁을 어림하다가 구름밭이 언제쯤 비구름으로 바뀌려나 하고 생각합니다.
ㅅㄴㄹ
하룻밤에 읽어버리면 다음 책이 읽고 싶어진다. 시무룩한 얼굴로 다 읽었어, 하고 말하면 어머니는 나의 책 읽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무서운 얼굴을 했다. (35쪽)
학교에서 독본을 읽게 하는 것은 지루하고 싫었지만 침대에서 여동생에게 읽어 주는 것은 재미있었다. 정말 싫을 때 여동생은 두 귀에 손가락을 넣어 막고 깃털베개 밑으로 머리를 파묻으며 듣지 않으려고 했다. (52쪽)
중학생이었다고는 해도 전쟁 중에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군사정권이 시키는 대로 한 것이 분해서 나는 생텍쥐페리 같은 삶을 동경했는데, (151쪽)
아홉 살에 도쿄로 이사를 갔을 때 무엇보다 나를 낙담케 한 것 중 하나는 이렇게 자연에 둘러싸여 혼자 지내는 시간을 잃어버린 일이었다. (192쪽)
#遠い朝の本たち #須賀敦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