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늑대길잡이 (2021.6.27.)
― 서울 〈나무 곁에 서서〉
숲이란 늑대·곰·범 곁에 토끼·사슴·너구리가 나란히 있는 곳입니다. 숲에서는 모든 들짐승이 저마다 보금자리를 틀고서 어우러집니다. 마을은 사람이 있는 곳을 가리키는데, 어느 모로 보면 마을은 “사람이 갇힌 곳”이 되기 쉬워요. 우두머리가 서서 둘레를 이끈다고 할 적에는 “스스로 짓는 삶이 아닌, 남을 따르는 굴레”가 되거든요.
어버이는 아이를 이끌지 않습니다. 어버이는 사랑으로 낳아 사랑으로 돌보며 사랑으로 노래하는 살림을 아이하고 함께 누립니다. ‘이끈다’고 할 적에는 이른바 ‘기둥(가부장)’입니다. 기둥이 있어 집이 튼튼하다고도 하지만, 집이 제대로 튼튼하려면 ‘기둥 하나’가 아닌 ‘모든 기둥’이어야 해요. 집안을 이루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 다르면서 하나인 기둥일 적에 비로소 사랑이에요.
숲에서는 으뜸이나 꼭두가 없습니다. 사람은 으레 범이나 사자를 으뜸짐승으로 삼지만, 짐승 사이에서는 으뜸이나 꼭두가 서야 할 까닭이 없어요. 모든 짐승은 저마다 다르면서 하나인 기둥입니다. 풀꽃나무도 매한가지예요. 기둥이 될 나무나 풀꽃은 따로 없습니다. 모든 나무하고 풀꽃이 저마다 다르게 기둥이에요.
서울 양천 푸름이하고 마을책집 〈나무 곁에 서서〉에서 〈늑대길잡이WolfWalkers〉를 함께 보았습니다. 시골집에서 곁님이랑 아이들하고 볼 적하고 또 다르게 마음으로 스미는 이야기가 줄줄이 쏟아집니다. 글꾸러미에 이 이야기를 옮깁니다.
사람은 숲넋이던 무렵에는 누구나 모든 목숨붙이하고 이웃이자 동무였지만, 마을이라는 굴레를 세워서 울타리를 쌓고부터 모든 목숨붙이를 등지면서 싸우는 길로 나아갔습니다. ‘마을 = 울타리’요, ‘숲 = 품’이로구나 싶습니다. 마을에서 안 그치고 고을이 되고 고장이 되다가 나라로 번지니, 어느새 숲말(말다운 말)을 잊거나 잃습니다. 먹물글(지식·이론)을 세웁니다. 꾸미는 겉글(문학·예술)이 불거지고, 차츰 사랑이며 살림하고 멀어집니다. 남이 아닌 스스로 굴레를 쓰고서 삶이 아닌 죽음으로 갑니다.
갈무리해 봅니다. “학교(졸업장)·종교(이교도)·사회(자격)·집단(교복·제복)·군대(지식·이론)·단체(노예) = 덩어리·모둠”입니다. “나(참)·스스로(사랑)·숲(길)·들(온)·바람(빛)·바다(숨) = 하나·하늘”입니다. 굴레(사회·학교)에 깃들지 않을 뜻보다는, 사랑으로 가는 슬기로운 살림을 품는 숲이 되면 넉넉하지 싶습니다. 〈늑대길잡이WolfWalkers〉는 늑대하고 숲하고 마을하고 사람 사이에서 사랑이 어디에 있는가를 푸름이 눈높이에서 밝혀 주는구나 싶습니다.
ㅅㄴㄹ
《나무 정령 톰티》(니나 블라존 글·카린 킨더만 그림/이명아 옮김, 여유당, 2021.6.10.)
《좋은 생명체로 산다는 것은》(사이 몽고메리 글·레베카 그린 그림/이보미 옮김, 더숲, 2019.9.9.)
《삶의 기술 3 : 플라스틱 프리》(크리킨디센터, 교육공동체벗, 2018.8.13.)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