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35 책읽기



  남보다 일찍 하거나 빨리 해야 하는지 아리송합니다. 남하고 견줄 뜻이라면 처음부터 안 하고 싶습니다. 아니, 처음부터 딴길로 갑니다. 남하고 견줄 길이 없는 살림을 지을 생각입니다. 남하고 견주어야 할 까닭이 없는 사랑을 할 마음입니다. 누가 아름답게 하는 일이 있으면 기꺼이 배우면서 함께합니다. 누가 사랑으로 펴는 삶이 있으면 넉넉히 맞이하면서 같이해요. 둘레에서 다들 삐삐를 쓸 적에 저는 느즈막까지 안 썼는데, 제가 삐삐를 겨우 쓸 무렵 둘레에서는 다들 손전화를 써요. 손전화 없이 살자니 일터에서 외려 성가시다며 손전화를 사준 적이 있습니다. 2001년이지요. 제가 즐기는 ‘맨발로 풀밭에서 놀기’나 ‘맨발로 숲이며 멧골을 타기’는 먼먼 옛날 누구나 하던 살림입니다. 풀벌레나 풀꽃나무 마음을 읽고 이야기하기도 아스라한 옛날 누구나 하던 놀이입니다. 남이 읽으니 내가 읽어야 하지 않아요. 아름답게 피어나고 사랑으로 거듭나는 이웃을 본다면, 그이가 쥔 책을 저도 함께 읽을 뿐입니다. 저 스스로 아름답게 말하고 사랑으로 삶을 짓는 길동무가 되는 책이라면 스스럼없이 이웃이며 동무한테 건넬 뿐이고요. 책읽기란 삶을 짓는 길을 읽는 노래입니다. 책나눔이란 살림을 사랑하는 숲을 이야기하는 놀이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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