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7.12. 어깨끈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어릴 적에 어떤 등짐을 썼는지 잘 떠오르지 않지만, 두고두고 물려받은 살림이었고, 어린이(1980년대 국민학생)도 배움책을 날마다 잔뜩 짊어지고 다녀야 해서 등짐이 쉬 해졌습니다. 여름에는 땀을 비오듯 흘렸고, 겨울에도 조금 걷다 보면 등판이 후끈했어요. 푸른배움터를 다니는 열네 살부터 배움터에 책칸(사물함)이 생겼으나 모든 아이가 쓸 만큼 넉넉하지 않았어요. 더구나 책칸을 배움터에 돈을 내고 쓰더라도 발로 꽝 차서 부수면서 배움책을 훔치는 아이가 있었지요. 열일곱 살에 들어간 배움터도 똑같았습니다. 배움책을 잘 적바림한, 이른바 “필기를 잘 한 교과서”는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이런 일을 으레 겪다 보니 아무리 무거워도 모든 배움책을 늘 등짐에 묵직하게 짊어지며 살았습니다.


  한두 해를 쓰면 어깨끈이 낡고 닳을 뿐 아니라 바닥도 낡고 닳아 튿어집니다. 어머니는 제 등짐을 보시며 “안 되겠네. 못 기우겠어. 새로 사야지.” 하시고, 저는 등짐을 새로 살 값이 아까워 끈이 툭 끊어지도록 그냥 짊어지고 살았어요.


  빛꽃(사진)을 배운 1998년부터는 제 등짐에 책뿐 아니라 찰칵이(사진기)를 곁들이니 등짐이 더 빨리 확 낡고 닳습니다. 여느 등짐으로는 못 버티고 해마다 자꾸자꾸 새로 사다가 큰아이 천기저귀 살림을 건사할 만큼 크고 튼튼해야겠구나 싶어서 80리터 등짐을 오십만 원 넘게 치르고서 장만했어요. 이 등짐은 어깨끈을 여러 벌 새로 달면서 여태 제 짐받이가 되어 줍니다. 퍽 낡고 닳았어도 밑판이 튼튼합니다. 언제나 땀으로 흥건히 젖어도 새로 빨고 볕에 말리며 제 등판하고 하나가 되어 움직여요.


  글꾸러미(수첩)를 담는 가벼운 어깨짐이 여럿인데, 이 어깨짐을 쓴 지 여러 해 되고 보니 하나같이 어깨끈이 낡고 닳아 풀어지고 튿어집니다. 기우고 또 기워도 나달나달해요. 우리말꽃을 쓰는 사람은 등판에 책을 짊어지고 어깨에 글꾸러미를 건사합니다. 글살림이 무척 묵직합니다. 그러고 보면 제 무릎이며 등허리에 팔뚝에 발목에 발바닥은 이 모든 무게를 든든히 버티어 주면서 오늘에 이릅니다. 팔다리하고 몸을 씻을 적마다 “고마워, 기뻐. 사랑해.” 하고 노래합니다. 등짐하고 어깨짐을 빨래하고 기울 적마다 “사랑해. 기뻐. 고마워” 하고 속삭입니다.


  글꾸러미를 건사하는 어깨끈에 덧대려고 큰아이가 어릴 적 입던 예전 옷을 한 벌 꺼냅니다. “이 옷 생각나니?” “응, 생각나.” “아버지가 어깨끈을 덧대는 자리에 쓰려고 하는데, 그래도 될까?” “네, 그러세요.” 아이들 옷을 거의 하나도 안 버리고 간직했습니다. 이 아이들 옷 가운데 큰아이도 저도 몹시 아끼던 옷 한 벌을 어깨끈을 덧대는 자리에 고이 쓰면서 어린씨 마음을 듬뿍 누리려고 해요. 모두 언제나 고맙습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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