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내가 좋아하는 (2021.7.9.)
― 인천 〈나비날다〉
나누면서 비운다는 뜻으로 〈나눔과 비움〉이란 이름으로 2010년에 인천 배다리에 깃든 책집은 2021년에 ‘동성한의원’ 자리를 여럿이 함께 빌리면서 알맞게 칸을 갈라 마을책집 살림을 잇습니다. 지난 열두 해 사이에 〈나비날다〉란 이름으로 피어난 이곳은 나비(고양이)랑 함께 느긋하면서 푸르게 책자락을 돌아보려는 눈빛을 펼쳤어요.
길고양이를 안 좋아하는 분도 있으나 마을고양이로 여겨 꾸준히 나비밥을 그릇에 놓는 분도 있습니다. 길고양이를 내쫓는 분도 있지만 길동무나 삶벗으로 여겨 마음을 나누는 분도 있어요. 가만 보면, 마을 한복판에 무시무시하게 찻길을 때려지으려는 분도 있고, 마을 한복판에 쉼터나 숲이나 텃밭을 마련하려고 손품을 들이는 분도 있어요. 나무가 조금이라도 자랄라치면 줄기랑 가지를 뭉텅뭉텅 쳐야 깔끔하다고 보는 분도 있는데, 나무는 나무 스스로 푸르게 자라기에 조용히 다가가서 포근히 품으면서 아끼는 분도 있어요.
우리는 어느 길에 서는 사람인가요. 우리는 무엇을 좋아하는 살림인가요. 저마다 다른 숨결인 사람이니, 저마다 다른 길을 좋아하기 마련입니다. 내가 좋아한다면 너도 좋아해야 하나요? 내가 안 좋아하면 너도 안 좋아해야 하나요? 서로 다르게 나아가는 길이 아름답다고 여긴다면, 서로 다르게 걷되 들꽃길이면서 숲빛길이 되도록 마음을 그러모을 수 있는가요?
마을에 돈이 더 돌아도 나쁘지 않겠습니다만, 마을에 철새가 찾아와서 여름에 노래하고 가을에 둥지나기를 하면서 돌아갈 수 있으면 아름답습니다. 마을에 일거리가 더 있어도 나쁘지 않겠습니다만, 마을집이 서로 햇볕과 바람과 눈비를 살뜰히 나누면서 개구리·풀벌레 노랫소리를 즐길 수 있으면 사랑스럽습니다. 우리는 책을 더 많이 읽어도 나쁘지 않을 텐데, 책 하나를 늘 새롭게 되읽고 생각을 한결 넉넉하면서 너그러이 다스리면 슬기롭습니다. 우리는 어른스러운 말씨로 글을 써서 글꽃(문학)을 펴도 나쁘지 않을 테지만,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는 맑으면서 밝은 눈빛으로 수수하게 삶글을 나누면 반가워요.
근대문화유산이 안 나쁘지만 ‘오늘 여기’를 바라보면 즐거워요. 문화예술이 안 나쁘지만 ‘우리 마을’에 숲을 품도록 하면 싱그러워요. 어린이가 맨발로 뛰놀 풀밭 한켠에 맨손으로 타고 오를 나무가 우람하게 자라면, 어른은 이 곁에 도란도란 둘러앉아 조촐히 잔치를 열 만합니다. 일하는 어른 곁에 소꿉하는 아이랑 웃고 노래하는 얼굴로 살림꽃을 지펴서 고이 물려주고 나누는 마을길이 되면 좋겠어요.
ㅅㄴㄹ
《나의 작은 헌책방》(다나카 미호/김영배 옮김, 허클베리북스, 2021.5.19.)
《고양이와 할머니》(전형준, 북폴리오, 2019.11.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