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과의 브런치
반지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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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7.9.

인문책시렁 193


《스님과의 브런치》

 반지현

 나무옆의자

 2020.6.23.



  《스님과의 브런치》(반지현, 나무옆의자, 2020)를 읽으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합니다. 글님은 밥차림하고 글쓰기를 나란히 놓고서 글님 삶빛을 돌아봅니다. 저는 밥차림 곁에 아이를 돌보는 살림길을 나란히 놓으면서, 골목마실하고 말빛을 헤아려 보고자 합니다.


  저는 인천에서 나고자랐으나 인천 골목을 2007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빛꽃(사진)으로 담았습니다. 내로라하는 이들이 골목마실을 한다면서 찰칵찰칵하니 굳이 저까지 골목을 담아야 한다고 여기지 않았어요. 그런데 값진 찰칵이(사진기)로 그분들이 담는 빛꽃을 보자니 “골목마을을 다 죽어가고 쓰러지는 낡아빠지고 케케묵고 뒤처진 쓰레기판”이라도 되는 듯이 다루더군요. 어처구니없어서 그분들한테 “이녁이 쓰레기판이라도 되는 듯 찍은 그 골목집에 사람이 사는데 모르시나요?” 하고 따졌어요.


  이러다 다시 생각했지요. 잿빛집(아파트)에 살고 부릉이(자가용)를 몰며 사는 그분들은 어쩌다 인천으로 ‘출사’를 와서 슥 한 바퀴 돌고서 뒤풀이를 하며 놀려는 생각입니다. 골목이나 마을이나 사람을 볼 생각이 처음부터 없습니다. “아, 골목은 골목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스스로 찍어야 하는구나. 누구를 탓하거나 따질 일이 하나도 없구나.” 싶더군요.


  골목사람은 언제 어디에서나 스스로 골목빛을 담으면 돼요. 골목이웃으로 찾아오는 분이라면, 적어도 한나절(4시간)을 걸어다니면서 돌아본 빛을 옮기면 됩니다. 다만, 하루 한나절이 아닌, 철 따라 하루씩 찾아들 노릇이고, 새벽 아침 낮 저녁 밤을 갈라서 찾아들 노릇이며, 비 눈 바람 땡볕 구름이란 날씨에 맞추어 찾아들 노릇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한 해 삼백예순닷새를 통틀어 날마다 한나절씩 거닐면서 골목을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온마음으로 마주하면서 빛꽃으로 담을 만하지요.


  이처럼 말하면 “번거롭고 귀찮고 힘들게 누가 그렇게 다니면서 찍어? 미쳤어?” 하고 묻더군요. “네. 미치면 안 되고, 사랑하면 다 해요. 사랑하는 사람은 그처럼 다니며 빛꽃으로 담는 길이 하나도 안 번거롭고 안 귀찮고 안 힘들답니다. 사랑으로 마주하면 한 해뿐 아니라 다섯 해 열 해 스무 해를 꾸준히 거닐다가 어느새 골목집으로 삶터를 옮겨 이 빛살을 누리겠지요.” 하고 덧붙여요.


  절밥을 맛본 다음 스스로 절밥을 지어 보자고 생각한 글님은 《스님과의 브런치》를 써내면서 스스로 삶을 바꾸고 생각을 빛내 보려고 했다고 느낍니다. 고작 밥 한 그릇이라고 여길 수 있으나, 바로 밥 한 그릇이 발판이 되어 새롭게 눈뜰 만하다고 여길 만해요.


  밥차림이란 마음차림입니다. 밥짓기란 마음짓기입니다. 으레 “요리를 만들다” 같은 말을 씁니다만, 밥은 ‘만들’지 못해요. ‘만들다 = 공장에서 똑같이 찍어내다’를 가리킵니다. “논밭에서 열매를 만들어 내지 못합”니다. “논밭을 지어 열매를 얻고 나누고 누려”요. ‘짓다’라는 낱말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서 가려쓰면 좋겠어요. ‘만들다 = 겉치레·꾸미다’하고 잇닿습니다. ‘짓다 = 사랑·가꾸다’라는 길입니다. 작고 수수한 손길이 깃들어 밥차림이 확 거듭나거나 피어나듯, 작고 수수한 낱말 하나를 우리가 스스로 가다듬을 적에 생각차림이 새롭게 자라나고 깨어납니다.


ㅅㄴㄹ


정성을 다한 음식이 한 사람의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따뜻하게 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음식을 허투루 만들 수 없게 됐다. (97쪽)


힘을 빼려고 안달복달하느라 오히려 힘이 꽉 들어간 아이러니가 내게 요리와 수영 말고 또 하나 있었다. 바로 글쓰기. (102쪽)


하루는 스님이 웃으며 이런 말을 하셨다. “스님들이 별걸 다 먹는다 싶죠? 사실 별개 아니에요. 이런저런 음식을 만들고 나면 재료가 남는데, 안 버리려고 궁리를 하다 보니 이런 메뉴도 만들어졌네요.” (150쪽)


작은 과정들이 요리의 결정적인 부분을 좌우했다.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따로 썰고, 따로 볶고, 칼 대신 숟가락을 사용하는 데는 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거였다. (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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