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26 꾸밈없이



  할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꾸미고 자시고 할 틈이 어디 있나요? ‘꾸밈없이 쓰는 글’이 아닙니다. 꾸밀 일은 처음부터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스스로 살아낸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기에도 온하루를 다 쓸 판이거든요. 우리가 오늘을 살아가며 사랑은 우리 숨결을 글로 여미기만 해도 글빛이 주렁주렁 맺히기 마련입니다. 글쓰기는 집살림을 하는 하루랑 같아요. 밥을 꾸미면서 하지 않아요. 빨래를 꾸미면서 하지 않아요. 비질이나 걸레질이나 설거지를 꾸미면서 하지 않아요. 젖먹이를 돌보며 자장노래를 부르는 자리에서 꾸밀 일이 없어요. 아이 손을 맞잡고 같이 놀 적에 뭘 꾸미나요? 우리 스스로 살아가는 오늘은 ‘꾸밈’이 아닌 ‘살림’입니다. 누구나 다 다르게 ‘살림’으로 보내는 나날입니다. 다만 오늘날 이 터전에서는 억지웃음(감정노동)을 짓는 분이 너무 많다 보니 그만 스스로 마음빛을 잊거나 잃고 말아서, 붓을 손에 쥘 적에 그만 ‘꾸미’더군요. 아프면 앓으면 됩니다. 슬프면 울면 됩니다. 기쁘면 웃으면 됩니다. 즐거우면 노래하면 됩니다. 모두 삶이에요. 눈물도 살림이고, 웃음도 사랑입니다. ‘꾸밈없이 쓰는 글’이 아닌 ‘우리 삶을 스스로 쓰는 글’입니다. ‘꾸밈’이란 낱말을 생각하지 말고 ‘살림사랑’을 생각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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