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블양재점 1 - 키누요와 해리엇
와다 타카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6월
평점 :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7.3.
할머니한테서 받은 손빛
《비블 양재점 1》
와다 타카시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6.30.
《비블 양재점 1》(와다 타카시/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는 할머니 손길을 이어받는 아이가 스스로 나아가는 길을 다룹니다. 할머니는 이웃들이 몸에 걸치는 옷에 늘 따사로이 마음을 담았다지요. 빼어난 솜씨나 뛰어난 바느질보다는 즐겁게 이 옷을 두르고서 기쁘게 날갯짓을 하듯이 살림을 짓도록 가벼이 거들려는 마음빛을 담았다고 합니다.
할머니 곁에서 옷짓기나 바느질을 지켜본 아이는 옷짓기나 바느질 솜씨는 매우 빼어나다지요. 얼핏 보면 할머니하고 똑같거나 할머니보다 훌륭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는 할머니가 아니요, 아이는 할머니처럼 나아가야 하지 않아요.
생각해 봐요. 할머니도 처음부터 할머니이지 않았어요. 할머니도 처음에는 아이였고, 각시였으며, 어머니였고, 아줌마였다가, 할머니가 되었고, 이윽고 조용히 흙으로 돌아가서 아이한테 빛으로 남는 숨결로 흐릅니다.
할머니는 옷집이 아닌 “옷집을 꾸리는 손빛”을 남기고 물려주고 씨앗으로 심었습니다. 아이는 아직 “옷집을 잇겠다는 마음”이 클 뿐, 할머니가 남긴 씨앗이 무엇인가를 다 읽어내지 못해요. 아무렴, 그렇지요. 처음부터 씨앗을 다 읽을 아이란 없을 테니까요.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새롭게 깨닫고 보면서 익힐 테고, 낯선 길을 처음으로 내디디면서 새삼스레 알아차리고 느끼고 배울 테지요.
어른인 몸이어도 늘 새롭게 배웁니다. 아이인 몸을 적에도 언제나 새롭게 배워요. 어른하고 아이는 서로 동무가 되어 가르치고 배웁니다. 아이하고 어버이도 함께 사랑이란 눈빛으로 보여주고 나누고 함께합니다.
어떤 옷이 가장 아름다울까요? 어떤 옷이 더없이 훌륭할까요? 어떤 옷이 참말로 값질까요? 어떤 옷이 입기에 좋을까요?
손수 지은 밥과 집처럼 손수 지은 옷이 우리 몸에 가장 어울리고 걸맞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옷을 손수 짓지 못한다면, 우리 몸에 흐르는 기운을 느끼면서 따사로이 손길을 내미는 이웃이 지어서 건네는 옷이 무척 어울리고 걸맞아요.
글 한 줄하고 책 한 자락도 이와 매한가지라고 느낍니다. 우리가 읽을 가장 아름다운 글은 바로 우리가 손수 쓴 글입니다. 남이 쓴 글이 아닌, 빼어난 글님이 지은 글이 아닌, 수수하거나 투박한 우리가 스스로 쓴 글이 우리 마음을 가장 밝히는 빛줄기가 되어요.
ㅅㄴㄹ
“진기한 재료나 공주님의 주문이 없어도 입는 순간에 알 수 있다. ‘이 옷은 정말 특별하며 평생을 두고 입을 마음에 쏟 드는 옷이 될’ 거라는 걸.” (8쪽)
“탈피한 가죽을 가공했던 시대에는 가∼끔 들어온 것 같지만 말이야. 죽여서 가죽을 얻게 된 뒤로는, 일시적으로 유통이 늘었지만 드래곤 자체가 줄어버렸지.” “왜 죽여서 가죽을 얻게 됐죠?” “탈피는 50년에 한 번이니까. 소비사회에는 어울리지 않거든.” (23쪽)
“지도에 표시와 날짜가.” “할머니 글씨야. 그럼, 할머니도 직접 드래곤을 잡았나?” (26쪽)
“내일 친구에게 나눠줘. 우리 가게의 손님은 모두 평등해. 누가 됐든 정규 요금을 받지.” (59쪽)
“실제로는 판에 박힌 세이렌상과 똑같은 세이렌만 있는 게 아냐. 각자의 개성이 있어.” “그렇구나. 각자의 개성이라.” (83쪽)
“그렇다고 해도 마법의 힘으로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 건 너무 허무해요.” “자신이 없어서 그래.” (104쪽)
“말했지. 숲은 유니콘과 한몸이라고.” (118쪽)
.
.
#和田隆志 #ヴィ?ヴル洋裁店 #キヌヨとハリエット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