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6.27.


《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

 군지 메구 글/이재화 옮김, 더숲, 2020.11.18.



아침에 서울 동묘앞으로 간다. 전철을 타고 가면서 노래꽃을 쓴다. 새삼스럽지만, 버스나 전철에서 손따릉 아닌 글적이를 펴고서 글붓을 쥐는 사람을 보기 어렵다. 이러다가 무릎에 글적이를 편 사람을 보았으니, “숙제를 해야 하는 어린이”. 몇 해 만에 들어선 동묘앞은 언제나처럼 바글거린다. “걸을 수 없다”고 할 만큼 사람이 물결을 이룬다. 틈새두기란 뭘까? 아침부터 먹고마시며 노는 사람이 흐드러지는 곳이 수두룩하다. 틈새두기는 눈가림 아닐까? 밀치고 밀리는 전철이며 빈자리 없는 시외버스나 북새통 큰가게(대형마트)는 봐주면서, 다섯 사람이건 스무 사람이건 책모임이나 책수다를 한다든지 촛불을 드는 자리는 왜 막을까? 이윽고 전철을 타고서 서울 양천으로 가서 빛그림(영화) 〈늑대길잡이(wolfwalkers)〉를 함께 누린다. 오늘 다시 이 빛그림을 보면서 ‘마을은 삶터가 될 수도 있지만 사슬터가 될 수도 있겠다’고 깨닫는다. 《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를 재미나게 읽었다. 옮김말에 더 마음을 쓰면 한결 아름답겠지. 내세우지도 외치지도 않으면서 숲과 들과 숨결을 노래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제로·그린’을 내세우거나 외치기보다는 ‘숲’을 곁에 두는 살림으로 가면 좋겠다. 숲이면 된다. 푸르면 넉넉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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