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6.29. 걷다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사흘 앞서 낮에는 대전에서 걸었고, 저녁에는 서울에서 걸었습니다. 그제하고 어제는 서울을 걸었습니다. 대전에서도 서울에서도 나무가 숨을 쉴 틈이 없이 빼곡한 찻길을 지켜보았는데, 그래도 귀퉁이나 구석이나 틈바구니에 뿌리를 내리는 들꽃이 있습니다.


  큰고장은 이름 그대로 커서 잿빛집이 까마득하고, 갈수록 부릉이(자동차)도 덩치가 자랍니다. 이와 달리 풀밭이나 빈터는 자취를 감추는데 쪽틈에서 돋는 들풀은 갸날프기까지 합니다. 시골에서 보는 풀하고 생김새도 크기도 너무 달라 “무슨 풀이려나? 낯은 익은데 알쏭하네.” 하고 여기다가, 이 가운데 하나가 씀바귀인 줄 뒤늦게 알아봅니다.


  어쩜 이렇게 조그마한 씀바귀가 커다란 대전이며 서울 구석퉁이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까요. 큰고장 사람이 큰고장에서 숨을 쉬는 바탕은 이 조그마한 들꽃이지 않을까요? 그러나 대전도 서울도 걷기에 매우 나쁩니다. 조금만 걸어도 거님길을 차지한 부릉이 탓에 비켜서야 하고, 방귀를 훅 뿜으며 달아나는 씽씽이(오토바이)도 수두룩합니다.


  높다란 잿빛집이 하늘을 막기도 하지만, 두 다리로 걸으려 해도 거님길이 워낙 엉터리인 터라 하늘을 보기조차 어렵지만, 저잣거리나 가게골목 둘레는 사람물결로 미어지니 하늘을 봤다가는 발을 밟히고 이리저리 치이고 떠밀리기 마련입니다.


  사흘에 걸쳐 대전하고 서울을 거닐며 생각했어요. 하늘도 구름도 풀밭도 나무도 들꽃도 벌나비랑 새도 느긋이 지켜볼 말미가 없다시피 한 오늘날 모습이라면,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뿐 아니라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을 읽을 엄두를 못 내겠구나 싶습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식히고 퉁퉁 붓는 다리를 쉴 서울사람한테는 숲빛이나 풀빛이나 꽃빛이 아닌 꾸밈빛하고 잿빛이 익숙하고 좋을 만하겠구나 싶어요.


  별바라기를 하는 눈빛일 적에 “쉬운 말이 평화”인 줄 읽습니다. 숲바라기를 하는 눈망울일 때에 “곁책”을 마음자리에 둡니다. 대전이며 서울뿐 아니라, 순천이며 광주도, 대구랑 부산이며 고흥도, 별과 숲을 바라보기를 바라면서 글적이를 꺼내서 노래꽃을 새로 씁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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