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6.14. 배우자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한자말 ‘배우자’를 우리말로 풀어내기란 쉽습니다. 다만 쉽기는 쉬운데, 이제 끝났겠거니 하고 여길 적마다 새 쓰임새가 튀어나옵니다. 아니, 우리말로 때랑 곳에 따라서 알맞게 쓰는 말씨가 떠올라요. 먼저, ‘배우자’란 한자말은 ‘짝’을 가리킵니다. 가장 수수한 쓰임새예요. 다음으로 ‘곁짝’이요, ‘곁사람’이지요. 이윽고 ‘사랑’으로 닿고, 수수하게 쓰는 ‘임자’나 ‘그이’나 ‘각시’나 ‘이녁’이 뒤따릅니다. 이쯤에서 마칠 수 있으나 ‘사랑짝’처럼 새말을 지을 만하고, 저는 여기에 ‘곁님’을 곁들입니다. 슬슬 마칠까 싶더니 ‘분’으로도 가리키고 ‘님’으로도 나타내요. 짝이면서 ‘짝꿍·짝지’가 있으니 ‘곁짝꿍·곁짝지’가 되기도 합니다.


  한자말 ‘가장(家長)’을 놓고도 매한가지예요. 10분쯤이면 매듭지을까 싶더니 자꾸 새 쓰임새가 떠올라 하루를 넘기고 이틀을 보냈습니다. 따지고 보면 몇 해 앞서 ‘가장’을 좀 손질하다가 남겨 놓았어요. 바탕으로는 ‘집지기·집임자’이니 ‘지기·임자’나 ‘기둥’으로 손질할 만한데, ‘들보·대들보’라는 낱말로도 가리켜요. 이뿐인가요. ‘이끌다·끌다’에 ‘거느리다·다스리다’에 ‘꾸리다·돌보다·보살피다’를 돌아서 ‘아우르다·건사하다·지키다’로 뻗어요.


  곰곰이 보면 우리 낱말책 가운데 우리말 씀씀이를 제대로 밝힌 적이 여태 없지 싶습니다. ‘배우자 → 짝. 곁짝. 임자. 그이’나 ‘가장 → 집지기. 기둥. 들보’로만 다룰 수 없어요. 숱한 자리에서 사람마다 새롭게 바라보면서 찬찬히 담아내는 말결을 살피면서 어우르는 눈빛이 있어야 합니다.


  말맛(어감)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결을 짚어야 말맛이 되겠지요. 왜 사람들이 때에 따라서 ‘배우자’를 ‘님’으로도 ‘분’으로도 ‘사랑’으로도 ‘짝’으로도 알맞고 부드러이 나타내는가를 살펴야 참다이 말맛입니다. 어떻게 사람들이 곳에 따라서 ‘가장’을 ‘지키다’로도 ‘돌보다’로도 ‘보듬다’로도 ‘건사하다’로도 ‘거느리다’로도 나타내는가를 읽어야 슬기로이 말맛이에요. ‘고독’이란 한자말하고 ‘외롭다’ 같은 우리말이 말맛이 다르다고 갈라 보았자, 이때에는 ‘혀에 길든 글맛’일 뿐입니다. 삶을 헤아리면서 가누거나 가리는 말맛은 ‘한자말하고 우리말로 가르’지 않아요. ‘우리가 지은 삶에서 피어나는, 우리가 지은 말로 생각을 담아내는 자리’에서 비로소 말맛이 뭉게뭉게 자라나서 퍼집니다.


  이렇기에 《우리말 어감 사전》이 아쉽지요. 뉘앙스나 어감에 갇혀서는 말맛을 못 읽습니다. 아니, 뉘앙스나 어감에 낱말을 가둘 적에는 사람들 스스로 누구나 예부터 즐겁게 펴던 말빛에 도사리는 말결을 나누던 말맛을 그만 죽이기 쉽습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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