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6.10. 기본적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아이들이 밥을 짓고 살림을 여러모로 거들기에 바쁠 적에 일손을 크게 덥니다. 이때마다 “고맙구나. 멋져. 아름다워. 맛있어. 사랑해.” 같은 말을 잇달아 들려줍니다. 올여름에 새로 나올 《곁책》을 놓고서 글손질에 왜 이리 품이 많이 들까 하고 돌아보니 ‘곁’이란 이름을 붙여서 책을 이야기하자니 웬만한 낱말책(사전)하고 똑같이 토씨 하나까지 더욱 꼼꼼히 따질밖에 없겠더군요. 그냥저냥 좋구나 싶은 책을 다룰 《곁책》이 아닌, 참으로 곁에 두고서 되읽거나 되새길 만한 책이란 무엇일까 하고 이야기하려니, 읽고서 다시 읽고 또 읽으면서 손질합니다.


  새로 태어날 책을 읽으시면 다들 알 수 있기도 할 텐데, 리영희 님이 남긴 말을 가슴에 새긴다는 사람이 많다지만, 정작 제대로 새기는 사람은 드물지 싶어요. 떠난 어른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라 했습니다. 아무래도 옛글로 삶을 익힌 분이라 ‘좌우의’를 썼고, 이 땅에서 ‘왼(좌)’이 너무 짓밟힌 길을 바로잡거나 추스르려고 이 말씨를 달았을 텐데, 새는 오른날개뿐 아니라 왼날개가 있어야 납니다. 거꾸로, 왼날개로만 날 새도 없어요. 왼날개 곁에는 오른날개가 있어야지요. 새뿐인가요? 나비하고 벌하고 풀벌레도 매한가지입니다. 왼오른이 ‘똑같’아야 합니다. 왼오른날개 가운데 어느 한쪽이라도 모자라거나 크면 기우뚱하지요.


  어린이한테 들려줄 쉬운 말로 하자면 “두 날개”입니다. 굳이 왼쪽하고 오른쪽을 가를 까닭이 없어요.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아야 합니다. 복판(중도)에 서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기둥이 서야 하고, 뿌리를 내려야지요. 삶이라는 줄기·기둥이 서고, 사랑이라는 뿌리를 내리면서, 생각이라는 머리를 틔우고 눈을 뜰 노릇입니다.


  오늘날 이 나라를 돌아보면 왼쪽·오른쪽은 그저 싸우고 다투고 겨룰 뿐입니다. 어깨동무를 도무지 안 해요. 스스로 왼쪽이라 일컫든 오른쪽이라 내세우든 그 나물에 그 밥으로 보입니다. 왼길이 무엇이고 오른길이 무엇인가조차 제대로 안 배우면서 입(이론)으로만 떠드는구나 싶어요. 더구나 싸움박질을 하더라도 서로 어떤 길을 가는가 살피면서 서로 모자라거나 덜되거나 아쉽거나 얄궂은 대목을 다독이도록 더욱 배워야 할 텐데, 배움길이란 없이 싸움길만 두드러지는구나 싶어요.


  석벌손질(3교)을 마쳐서 출판사에 글꾸러미를 보내면서 새삼스레 생각했습니다. 저는 왼길도 오른길도 못마땅합니다. 그저 ‘두 길’을 고르게 바라보면서 ‘숲길’을 ‘사랑길·살림길’로 짓는 ‘삶길’에 설 생각입니다. 이러다 보니 저를 거북하게(불편하게) 여기는 분이 많아요. 둘레에서 자꾸 “자네, 저쪽 당 사람인가?” 하는데 “저는 이 당도 저 당도 그 당도 아닙니다. 오직 숲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며 꿈꿀 수 있는 사랑이라는 길을 볼 뿐입니다. ‘핵마피아’랑 ‘태양광·풍력마피아’하고 뭐가 다른가요? 두 무리가 하는 짓은 똑같이 막삽질이고, 똑같이 숲하고 바다를 망가뜨리고, 똑같이 마을을 무너뜨리는걸요.” 하고 대꾸해요.


  일본스런 한자말 ‘기본·기초적’하고 ‘기초·기초적’을 2009년에 애벌로 갈무리하고 2016년에 두벌로 갈무리한 뒤 2021년에 세벌째 갈무리했습니다. 이제 거의 끝났나 싶은데, 앞으로 대여섯 해나 일고여덟 해 사이에 더 추스르면 새로 갈무리해 할 수 있습니다. 낱말꾸러미를 붙잡고 보니 별은 어느덧 스러지고 밤새가 자면서 낮새가 하나둘 깨어납니다. 밤새 노래하던 개구리도 이제 잠들려고 합니다.


ㅅㄴㄹ


‘기본적’ 다듬기 : https://blog.naver.com/hbooklove/220764301423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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