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책과 어른과 꼬마 : 어린이는 스스로 빛나는 씨앗이고, 어른은 스스로 피어나는 씨앗이지 싶다. 푸르게 빛나는 씨앗도, 푸름이를 돌보는 씨앗도, 모두 즐겁게 삶을 사랑하는 말 한 마디를 마음에 심는 슬기로운 생각으로 오늘을 열면 좋겠다. 어느 책을 손에 쥐더라도 아름말을 길어올리면서 아름씨를 품는 눈길이 되고, 우리를 둘러싼 아름책을 하나둘 알아보면서 아름글을 새로짓는 마음으로 거듭나는 숨결이 되면 좋겠다. 우리 삶터·마을·나라·땅·숲을 비롯해 우리가 쓰는 말글까지 허벌나게 망가졌고 무너졌고 비틀거리고 눈물지으면서 아프다.
아무것이나 먹지 않으려는 마음이 되는 우리라면, 아무 말이나 쓰지 않으려는 마음이 될 우리여야 아름답겠지. 어느 것을 먹든 스스로 사랑이라는 마음이 될 우리라면, 어느 책을 읽든 스스로 사랑이라는 꽃씨를 심는 우리일 적에 즐겁겠지.
‘꾀·꾀다·꼬리·끝·꼴·꼴찌’로 잇닿는 말밑을 풀면서 ‘꽃·꼬마’로 매듭을 지었는데, 어린이를 따사로이 바라보면서 보살피려는 숨결을 담아 ‘꼬마’라는 낱말을 지었겠다고, 여리고 어리고 작은 목숨을 더 눈여겨보며 사랑하려는 숨빛을 얹어 상냥하면서 어질게 ‘꼬마’라는 이름을 붙였겠다고 느꼈다. 다만, 이렇게 말을 지은 오랜 눈빛을 잊은 어른이 너무나 확 줄어버리거나 사라졌을 뿐일 테고.
우리는 어떤 우리말을 쓰는 어른이자 사람일까? 우리는 “아무 우리말”이나 쓰는가, “생각하는 우리말”을 쓰는가, “사랑하는 우리말”을 쓰는가, “꿈씨앗을 심는 우리말”을 쓰는가, “힘잡이(권력자) 우리말”을 쓰는가, “낡은 일본말씨 우리말”을 쓰는가, “재패니쉬나 콩글리쉬 우리말”을 쓰는가? 2021.6.9.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