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6.7. 한밤에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어제 작은아이를 뒤에 태우고서 자전거를 네 시간 남짓 달렸습니다. 모처럼 오래 자전거를 탄 작은아이는 “아이구야, 엉덩이야. 집에 가면 엎드려야겠다.” 하고 욉니다. 그렇지만 막상 집에 와서 자리에 엎드리지 않아요. 시끌벅적하던 녹동나루도 아니고, 찻길에서 자동차를 걱정할 일도 없고, 오르막에서 땀을 뻘뻘 내며 올라야 하지도 않다 보니, 집에서 마음껏 뛰고 달리고 놉니다.


  끝없이 놀 줄 아는 아이들을 보면 “넌 그런 놀이힘이 어디에서 샘솟니?” 하고 마음으로 묻습니다. 저도 어릴 적에 놀이힘이 늘 이러했으니 어린이라면 모두 매한가지일 테지요.


  아무튼 엊저녁에는 일찌감치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자리에 누워 등허리를 펴는데, 오래 누워서 몸을 풀었다고 생각했으나 01시에 깹니다. 쏟아지는 별을 올려다보고서 셈틀을 켜고 이모저모 말꽃짓기를 하는데 솔솔 타는 냄새가 나더니 셈틀이 펑 소리를 가볍게 내고는 꺼집니다.


  요 몇 달 사이에 찰칵이(사진기)가 숨을 거두었고, 찰칵이 눈(렌즈)도 숨을 거두었습니다. 설마 셈틀까지 숨을 거둘까요? 그나마 무릎셈틀(노트북)이 있으니 한밤에 뒷손질(a/s)을 여쭙는 글을 남깁니다. 제 책상셈틀은 2013년에 언니가 장만해 주었습니다. 지난 여덟 해 사이에 쌓은 글이며 사진이 수북하니 셈틀이 버겁다고 소리낼 만합니다. 이제 셈틀까지 새로 장만해야 할까요.


  집(고흥 도화면 신호리)부터 녹동나루까지는 27킬로미터 남짓입니다. 자전거로 다녀오는 길에 풍남 등성이에서 멍석딸기를 보았어요. 여느 들딸기는 5월이 한창이요 멍석딸기는 이다음 6월이 한창입니다. 이다음에는 산딸나무 열매가 한창을 맞이하고요. 작은아이하고 멍석딸기를 훑으면서 ‘멍·석’이란 이름을 새삼스레 혀에 얹었습니다. ‘멀구슬나무’에서 ‘멀’도 매한가지인데, ‘머·마’로 잇닿는 이 이름은 ‘멍·망’으로 잇닿고, ‘망울·멍울’처럼 동글동글(둥글둥글)한 결을 나타냅니다. 작은아이한테는 슬며시 이름을 바꾸어 말했습니다. “이 망울딸기 어때?” “단맛만 말고 신맛도 나는데?” “그래, 들이며 숲에서 나는 아이는 단맛만 주지 않아. 우리한테는 단맛만 들어와야 하지 않거든. 살짝 시큼한, 새콤한 이 맛에 단맛이 감돌아서 들딸기가 즐겁지.” ‘망울딸기’가 뭐냐고 누가 묻는다면 “전라도 고흥에서 살아가는 시골돌이가 가리키는 사투리입니다.” 하고 말할 생각입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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