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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여 들어다오 1
사무라 히로아키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6년 9월
평점 :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6.4.
파란하늘을 파랗게 담은 바다처럼
《파도여 들어다오 1》
히로아키 사무라
김준균 옮김
대원씨아이
2016.9.30.
《파도여 들어다오 1》(히로아키 사무라/김준균 옮김, 대원씨아이, 2016)를 읽다가 두 갈래 새뜸(방송)을 생각합니다. 하나는 소리로 들려주며 이야기를 다루는 ‘소리새뜸(라디오 방송)’이고, 둘은 모습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다루는 ‘보임새뜸(티브이 방송)’입니다. 우리는 어느 곳에 몸소 찾아가서 지켜보거나 살펴보면서 이야기를 알아보기도 하지만, 어느 곳을 몸소 다녀온 사람한테서 귀로 듣고서 이야기를 헤아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몸소 찾아갔어도 속내를 못 읽고 겉모습에 휘둘리거나 속기도 해요. 몸소 다녀왔다는 사람이 거짓말을 할 때가 있고, 몸소 다녀와서 참말을 하더라도 안 믿거나 못 믿을 때가 있으며, 몸소 다녀와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못 알아들을 때가 있습니다.
오늘날 ‘거짓말·눈가림말·눈속임말·속임말(가짜뉴스)’이 판친다고 하지만, 거짓말도 눈가림도 눈속임도 속임짓도 예부터 늘 우리 곁에 있어요. 거짓을 일으켜 눈가림으로 길미를 얻는 사람이 언제나 있고, 눈속임에 홀랑 빠져서 참거짓을 못 가리는 사람이 수두룩해요. 우리는 얼마나 참거짓을 가리는 눈일까요? 우리는 참거짓을 못 가누는 귀이지는 않을까요?
이웃이나 동무를 속이는 이가 있으니 속임말이 흐릅니다. 곁짝조차 속이기 일쑤이니 눈가림이 불거집니다. 어버이는 아이를 속이고, 아이는 어버이를 속입니다. 나라지기는 나라사람을 속이고, 벼슬아치도 들사람을 속이며, 먹물붙이도 온사람을 속여요. 속이는 이들은 하나같이 ‘힘·돈·이름’을 거머쥡니다. 이들은 그냥 얻지 않고 ‘거머쥡’니다. ‘움켜잡’기도 하고 ‘도차지(독점)’하기 일쑤예요.
힘없는 이가 거짓말을 퍼뜨리지 않아요. 이름없거나 돈없는 이가 속임말을 펴지 않아요. 마음이 사랑으로 가득한 이가 눈가림말을 할 까닭이 없고, 스스로 숲이 되어 푸르게 노래하는 사람이 눈속임말을 할 일이 없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삶이 사랑이 아니기에 거짓말을 합니다. 살림을 사랑으로 안 지으니 거짓글을 씁니다. 스스로 얼마나 사랑스러운가를 꾸밈없이 바라볼 마음이 없이 ‘힘·돈·이름’을 ‘거머쥘’ 꾀를 노리기에 거짓부렁에 잠깁니다.
그림꽃책 《파도여 들어다오》는 파란하늘을 파랗게 물결로 담아내는 바다처럼, 삶이라는 자리를 사랑으로 가꾸고 싶은 여러 아가씨하고 아저씨가 새로 지으려는 꿈을 따박따박 들려줍니다. 마음에 가두지 않을 말을, 환히 터뜨리면서 피어날 말을, 겉치레가 아닌 속가꿈으로 나아갈 말을, 가장 깊은 한밤에 슬그머니 펴는 말을 들려주지요.
ㅅㄴㄹ
“아가씨. 이 방송은 당신에게서 도망간 남자도 당신의 미래의 남자친구도 듣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하고 싶은 말을 시원하게 쏟아내.” (30쪽)
“네 나름대로 여름축제의 볼거리를 소개해 보도록 해.” “전, 우라산도라는 동네를 기본적으로 싫어해서 디스하는 쪽으로 떠들 것 같은데, 괜찮나요?” (75쪽)
“나이가 있으신 애청자들은 신청곡을 아직도 FAX로 많이 보내거든요. FAX가 없어지려면 아직 한참 걸릴 거예요.” (121쪽)
“라디오의 좋은 점이 청취자들이 기본적으로 호의적이거든요. MC가 꽤 큰 실수를 해도 클레임은 거의 안 들어온다고 할까.” “너무 무른 거 아닌가요? 그리고 당신은 너무 착하고!” (123쪽)
“역시 그날의 인상이 강렬해서. 아아, 이 사람은 내가 희미하게 생각했던 것을 말로 해주네, ‘이 세상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죽일 거야!’ 같은 말은 저도 언젠가 한번 해보고 싶었거든요.” “언제든 하면 되지 않나요?” “아, 하긴 그러네요.” (124쪽)
#波よ聞いてく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