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5.29.


《어머니의 루이비통》

 송일만 글·사진, 맑은샘, 2020.5.6.



한삼덩굴은 얼마나 뻗고 싶을까. 담쟁이덩굴은 어디까지 덮고 싶을까. 우리 집 뒤꼍 한삼덩굴이 석류나무랑 모과나무랑 유자나무랑 매화나무를 감고서 오르려 하기에 틈틈이 낫으로 석석 벤다. “너희가 애쓰는 줄 아는데, 나무 곁으로 오면 섭섭하지.” 하고 속삭인다. 옆집이 집을 새로 올린다면서 담을 허물었는데, 이때에 우리 집 바깥담을 타고 자라던 담쟁이덩굴 뿌리까지 죽인 듯하다. 올해에는 바깥담을 타고 멋스러이 뻗고 푸르게 일렁이는 담쟁이를 못 본다. 새로 씨를 뿌려서 돋도록 해야겠구나 싶다. 담쟁이가 자라고 뻗으면서 오래된 집은 담벼락이며 지붕이 한결 든든하고, 더위도 가린다. 모든 풀과 덩굴은 저마다 사람한테 이바지한다. 한삼덩굴은 나물로 먹기에 꺼끌꺼끌하다지만, 풀잎이며 풀줄기를 훑어서 갈면 풀물(녹즙)로 꽤 맛있다. 《어머니의 루이비통》을 조금씩 읽는다. 제주라는 고장에서 나고자란 글님 이야기가 수더분히 흐른다. 제주를 비롯해 웬만한 고장마다 구경놀이(관광)에 목돈을 쏟아붓는데, 아름다운 터라면 굳이 목돈을 안 들여도 좋다. 수수하게 흐르는 삶결이 외려 멋스러이 돌아볼 구경놀이가 될 테니까. 마을사람이 마을을 스스로 사랑하며 살도록 지켜보면 된다. 숲이, 마을이, 사람이, 다 스스로 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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