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독면 (일반판) 문학동네 시인선 5
조인호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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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2021.5.29.

노래책시렁 187


《방독면》

 조인호

 문학동네

 2011.6.20.



  찔레꽃이 뒤꼍에 가득한 끝봄에 찔레내음을 듬뿍 머금었더니, 어느새 찔레꽃은 하나둘 지면서 석류꽃이 핍니다. 이제 석류내음을 물씬 머금는데, 곧이어 터지려는 갯기름나물 꽃망울이 몽글몽글합니다. 이 꽃 다음에 저 꽃이 있고, 저 꽃 다음에 그 꽃이 있어요. 이동안 감꽃이며 고욤꽃은 바지런히 비처럼 떨어집니다. 《방독면》을 읽다가 가만히 내려놓았습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을 보면서 어떤 내음을 받아들이는 하루를 지을 생각인가요. 우리는 스스로 어떤 눈코귀입이 되어 무엇을 마주하려는 삶을 가꿀 셈인가요.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마라’ 하고 누가 말하던데, 어떻게 꽃을 쥔 손으로조차 ‘때림질’을 떠올리는지 알쏭했습니다. 무엇보다 ‘하지 마라’ 아닌 ‘꽃내음으로 서로 사랑하자’처럼 말하지 못하도록 억눌린 우리 민낯을 새삼스레 생각했어요. 참 오래도록 이 나라에서는 작대기를 몽둥이로 삼아 두들겨팼습니다. 작대기를 바지랑대로 삼을 생각을 안 했고, 작대기로 지팡이를 다듬을 생각을 안 했어요. 똑같은 나무를 ‘생각과 삶’에 따라 다르게 부립니다. 똑같은 낱말을 놓고도 우리는 노래를 부를 수 있지만, 멍울이나 생채기를 자꾸 터뜨리는 제자리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부디 첫봄 어귀에 꽃빛을 마주해요.


ㅅㄴㄹ


소년의 한 손에 쇠파이프가 들려지던 순간 / 소년은 변형됐다 // 시나브로, 소년은 생존했다 / 척후병처럼 적에게 발각되지 않았다 / 옥탑 난간 위 붉은눈비둘기를 사냥했고 (뉴 키즈 온 더 블록/15쪽)


타석에 들어선 직립한 타자들이 허공을 보았다 외계에서 날아온 마구 앞에선 어떤 타자도 그 공을 칠 수 없고 캐치해낼 수 없다 / 태초에 인간은 우주 속을 부유하던 야구공! (마구魔球/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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