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5.25. 실실실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북녘에서는 ‘붉은피알·흰피알’이란 이름을 쓴다고 합니다. 남녘에서는 진작 ‘붉은피톨·흰피톨’이란 이름이 있었으나 ‘적혈구·백혈구’를 내세운 이름에 밀렸습니다. 몸에 흐르는 피이니 ‘피’라고 말할 뿐이요, 굳이 ‘혈액’이라는 한자말로 옮겨야 하지 않아요. ‘톨’이나 ‘알’은 동그랗게 맺거나 낳는 숨결을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밤 한 톨”에 “쌀 한 톨”이고, “능금 한 알”에 “배 한 알”입니다. 열매가 작아 ‘톨’이고, 열매가 조금 커서 ‘알’이요, 열매가 꽤 커서 ‘통’이니, “수박 한 통”니나 “배추 한 통”입니다.


  우리말 ‘톨·알·통’을 쓰면서 말결을 헤아리기도 하지만, 말밑을 읽기도 해요. ‘톨·통’으로 잇고, ‘ㅌ·ㄷ’이 맞물리니 ‘돌·동’을 나란히 그리면서 살림살이랑 숲을 더 읽어내지요. 이러구러 본다면 몸에 흐르는 피를 살필 적에는 ‘피알’보다는 ‘피톨’이 어울리지 않느냐고 북녘사람한테 물을 만한데 ‘알’을 ‘쌀알’처럼 쓰기도 하니 ‘피알’이 안 어울린다고 하기는 어려워요. 두 나라에서 다르게 보면서 쓰는 말씨로 여기면서, 서로 말쓰임을 넓히는 발판으로 삼으면 즐거웁습니다.


  새벽나절에 ‘톨·알’을 가누다가 ‘노동집약’이란 일본 말씨를 푸는 실마리를 엿보고, ‘플래시·섬광’을 ‘불빛’으로 가다듬다가, ‘묽기·짙기·깊이’로 ‘농도’를 손보면 되겠다고 느끼고, 일본 영어인 ‘코스프레’를 손질하고는, ‘집사·면봉’을 추스르다가 ‘소개장·추천장’을 담아낼 말씨를 생각하니 어느새 저녁입니다.


  요즈막에 ‘여혐·남혐’이 금긋는 다툼질로 불거지는데, ‘혐’을 붙인 말씨도 일본에서 건너왔습니다. 일본은 ‘혐한’으로 장난질을 쳤고, 우리나라는 ‘혐일’로 맞붙었어요. 우리말로 하자면 ‘밉질’입니다. ‘밉한·밉일’에 ‘밉갓(밉가시내)·밉벗(밉사내)’으로 치닫는데, 막질 못잖은 바보질인 밉질은 이제 끝장내어야지 싶어요. 우리는 싸우려고 다른 몸을 입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르게 생각하고 살아가면서 사랑을 새롭게 찾으려고 다른 몸을 입고 태어납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줄 깨닫고 새록새록 사랑하는 이웃이자 동무가 되려고 다른 겨레에 다른 나라에 다른 고장에 다른 마을에 다른 집을 이뤄요.


  배움터나 책으로 ‘다름’을 가르치려면 “사랑하려고 서로 다르단다” 하고 말할 줄 알아야겠고, “서로 다르게 사랑하면서 어깨동무하는 길”을 짚을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이러자면 말부터 슬기롭게 가다듬으면서 어린이하고 손을 잡고 놀이하는 쉽고 상냥하면서 포근한 말살림을 지어야겠지요.


  그나저나 아침나절에 ‘성실·건실·견실’을 가누며 갈무리하느라 골이 조금 아팠습니다. 실실실 겹치는 세 한자말은 ‘열매’를 가리킵니다. ‘알’이고 ‘톨’이지요.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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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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