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차별어(따돌림말) : 곰곰이 돌아보면 ‘따돌림말(차별어)’을 다루는 책이 나오면 나올수록 외려 따돌림말이 더 퍼진다고 느낀다. 따돌림(차별)을 다루는 글(동화·소설)이나 그림책이 나오면 나올수록 오히려 따돌림길(차별문화)이 더 퍼지는구나 싶다. 글이고 그림이고 따돌림짓을 없애자고 외치지만, 이런 외침말이 나올수록 더더욱 따돌림짓이 깊어지거나 드세다고 느낀다.


어째서 거꾸로 갈까? 더 곰곰이 생각하니, 우리 스스로 따돌림(차별)만 생각하기에 삶터(사회)에서도 책과 살림길(문화)에서도 이 따돌림(차별) 하나로 쳇바퀴를 도는구나 싶다. 마음에 사랑이 아닌 따돌림이라는 생각씨앗을 담으니 늘 새삼스레 따돌림을 우리 스스로 짓는 셈이랄까. 이 대목을 느낀 뒤부터 따짐글(비판)을 되도록 안 쓰기로 하지만, 따지는 글이 아니라 사랑으로 녹이는 이야기를 쓰려고 하지만, 막상 따돌림말(차별어)이 아닌 ‘사랑말’을 혀에 얹고 헤아리고 주고받고 생각하고 글이며 그림으로 펴는 길을 가는 이웃은 드물지 싶다.


하나같이 따돌림짓이 어떠한가를 낱낱이 그리면서 스스로 생채기랑 멍울을 더 후벼파고 더 퍼뜨리는 노릇이 된다고 느낀다. 오늘날 서울바라기(도시문명)을 따지거나 나무라는 일도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펠레의 새 옷》이나 《엄마의 생일 선물》 같은 엘사 베스코브 님 그림책을 생각해 보자. 《미스 럼피우스》나 《엠마》 같은 바바라 쿠니 님 그림책을 생각해 보자. 《가을 아이》나 《봄 아이》나 《여름 아이》나 《겨울 아이》 같은 이와사키 치히로 님 그림책을 생각해 보자. 《밀리의 특별한 모자》 같은 그림책을 생각해 보고, 《닭들이 이상해》나 《날아라 꼬마 지빠귀야》 같은 그림책을 돌아보자.


우리가 마음에 오롯이 사랑말을 담아서 살아내지 않고서야 따돌림말(차별어)이 사라질 일이 없다. ‘안 써야 할 차별어’를 모아서 들려주는 책이나 배움판(수업)이나 이야기꽃(강의)이 아닌, ‘즐겁게 쓸 사랑말과 아름말’을 갈무리해서 즐거이 웃고 춤추고 노래하면서 나누는 길을 갈 노릇이지 싶다. 여태까지 이 사랑길과 아름길을 안 갔다면, 오늘부터 이제라도 좀 가야지 싶다. 2021.5.21.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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