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와 일본의 미 한림신서 일본학총서 17
야나기 무네요시 지음, 김순희 옮김 / 소화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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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름 : 다도와 일본의 美
- 글 : 야나기 무네요시
- 엮은이 : 구마쿠라 이사오
- 옮긴이 : 김순희
- 펴낸곳 : 소화(1996.3.30.)
- 책값 : 6800원


 국민학교를 다니던 때, 학년을 마칠 즈음이면 담임을 찾아가 꼬박꼬박 ‘돌려 달라’고 한 것이 있었습니다. 제 일기장입니다. 담임은 아이들 일기장을 고스란히 모아서 간직하게 되어 있었는지, ‘일기장 돌려받기 바라는 사람?’을 물은 뒤, 따로 바라지 않으면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제가 살아가는 발자취를 하나하나 모으고 싶은 마음이 짙어서 잊지 않고 챙겼으나, 1학년 것은 미처 못 챙겼지 싶어요.

 고등학교에 가서도 마찬가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보고 난 뒤, 시험지를 하나도 안 버리고 차곡차곡 모았습니다. 모의고사 시험지도 차곡차곡 모았고요. 쪽지시험 종이도 모으고 싶었는데, 쪽지시험 종이는 못 챙겼습니다.


.. 다례에 빈부의 격차는 없다. 가난한 자라도 ‘차’를 즐길 수 있다. 누구에게나 허용되는 것이 다도에 관한 여러 일이다. 아니 인간의 다도이기 때문에 원래부터 공유라고 말해도 좋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  〈87쪽〉


 역사를 알 턱이 없었고, 무엇이 문화가 되는지 생각하기 어려웠던 그때였는데, 역사를 배울 때 ‘왕 이름만 외우기’ 시키는 것, ‘전쟁영웅이 무슨 싸움터에서 몇 사람을 죽였는가 자랑 외우기’ 시키는 것이 참 싫었어요. 살수대첩이니 무슨 대첩이니 할 때면, ‘그때 우리 군인들은 얼마나 죽었을까, 또 죽은 이들 남은 식구는 어떠했을까, 또 우리가 죽인 그 적군 병사들은 어떤 사람이고, 그 적군 병사들 남은 식구는 어떤 마음일까’가 떠오르곤 했어요.


.. 진정한 자유에 기인하는 창조미가 아니라 억지로 신기로움을 꾸민 집착의 흔적이라고 생각된다. 집착은 인간을 부자유로 빠지게 한다. 음악 세계에서도 근대에 와서는 소음이 많이 눈에 띈다. 이것도 자유를 추구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신기로움으로의 집착에 사로잡힌 폐해라고 생각할 수 있다 ..  〈192∼193쪽〉


 그래서 꿈을 하나 꾸어 보았습니다. 앞으로 언제가 될는지 모르지만, 나는 내가 살아간 발자취를 알뜰히 모아 놓고, 이것들을 한 자리에 보여주면서 ‘한 사람이 살아가는 역사’를 말하겠다고.

 지금 제 책상서랍에는 국민학교 때 쓰던 이름표, 필통, 연필, 공책, 색종이, 판박이, 껌종이, 책받침 들을 비롯해서, 버스표와 전화카드와 야구장 입장권과 편지봉투와 학부모알림쪽지와 중학교 적 보충수업비 영수증과 그때 연예인 사진 오려모은 것 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습니다. (4340.6.1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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