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푸른책 2021.4.27.
푸른책시렁 160
《10대와 통하는 법과 재판 이야기》
이지현
철수와영희
2021.3.20.
《10대와 통하는 법과 재판 이야기》(이지현, 철수와영희, 2021)를 읽다가 속이 꽤 쓰렸습니다. 아무래도 저한테 아픈 구석을 찔렀기 때문입니다. 어느 대목이 아픈가 하면 “꼭 여성만 강간 피해를 입을까요?”입니다. 이제는 이런 말을 어렵잖이 할 만합니다만, 2000년으로 접어들고 2010년이 되었어도 이렇게 말하기란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내(남성)가 가시내 못지않게 노리개질(성폭력)에 시달리면서 아픈 어린날·푸른날·젊은날을 보냈는가를 입밖에 내기란 참으로 까마득했어요.
적잖은 이웃님이 ‘나쁜 뜻은 없다’지만 우리 집 작은아이를 보면서 “남자가 참 여자 아이처럼 생겼다”고 말한다거나 “귀엽게 생겼다”고 말하는데, 어린 사내한테 읊는 이 말이 얼마나 무서운 노리개질로 탈바꿈하는가를 거의 모르지 싶어요. 이른바 ‘곱상하게 생긴 사내’는 숱한 응큼손에 휘둘린 이 나라입니다. 아니, 이 나라뿐이 아니지요. 로알드 달 님이 쓴 책을 보면 이분도 어릴 적에 노리개질(성폭력)로 얼마나 괴로웠는가를 밝힙니다.
우리 삶터는 틀림없이 거듭나겠지요? 그러리라 믿고 싶습니다. 다만 2004년에 저한테 노리개질을 한 58년 개띠 시인이 2019년에 ‘광주 문학정신과 뿌리’를 읊는 책을 내놓는 글판인 만큼, 아직 거듭나기까지는 한참 멀었지 싶습니다. 막짓을 일삼은 그들은 어떻게 뉘우치는 말 한마디도 없이 이런 자리를 거머쥐고 저런 이름을 팔까요? 누구나 광주를 말할 수 있습니다만, 아무나 광주를 말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요?
새롭게 이 땅에 태어나서 삶을 익히고 사랑을 배울 푸름이는 ‘법과 재판’을 슬기롭게 바라보면서 어질게 맞아들이면 좋겠어요. 허울만 법이 아닌, 껍데기만 재판이 아닌, 왜 어떠한 틀을 잡아서 잘잘못을 따지는가를 살피고, 왜 어떠한 길을 세워서 옳고그름을 밝히는가를 헤아리도록 우리 어른이 길잡이가 되면 좋겠습니다.
나쁜길(악법)은 그저 나쁜길입니다. 길(법)일 적에만 길(법)이지요. 사람으로 사람답게 살아갈 적에만 사람일 뿐, 사람탈을 쓴대서 사람이 되지 않아요. 나라가 바로서기 앞서 마을이 바로설 노릇이고, 마을이 바로서기 앞서 집안이 바로설 노릇이며, 집안이 바로서기 앞서 수수한 어버이와 어른부터 바로설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수수하지만 가장 빛나는 살림자리에서 우리가 스스로 바로설 적에 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면서 짙푸른 삶터를 이룰 테지요.
다만 잘못을 저지른 그들 목아지를 치거나 손목아지를 분질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잘못을 저지른 그들이 모든 돈·자리·이름을 내려놓고서 시골로 삶터를 옮긴 다음, 손수 흙을 일구고 씨앗을 심으면서 해바람비를 맞이하는 흙지기 살림을 보내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잘못을 일삼은 그들을 차가운 사슬터에 가두기보다는, 짙푸른 숲으로 보내어 숲사람으로 열 해나 스무 해나 서른 해를 지내도록 이끌어야지 싶어요. 차가운 사슬터에 가두면 사람은 더 차갑게 메마르기 마련입니다. 포근한 숲터에 풀어놓아야 사람다운 길을 스스로 알아볼 틈이 생깁니다.
ㅅㄴㄹ
지금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소수자를 희생시키는 방식을 인정하지 않아요. (17쪽)
꼭 여성만 강간 피해를 입을까요? (32쪽)
우리 스스로 외모나 성격에 대한 편견은 없는지, 학교 성적으로 친구에 대한 선입견을 품은 적은 없는지 떠올려 보세요. (35쪽)
주변 사람의 생명이 위태로운 때조차도 무심하게 지나친다면, 법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반대로 도움을 받고도 고마워할 줄 모르고 외려 자신을 왜 도왔냐고 상대를 비난하며 소송을 벌인다면 이것이 과연 그 법의 취지에 걸맞은 일일까요? (56쪽)
우리나라에서는 판결을 잘못했다고 판사가 처벌을 받지는 않아요. (78쪽)
유럽 국가들 중에는 법 왜곡죄를 형법에 두고, 잘못된 재판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어요. (79쪽)
가짜 논리로 누가 가장 많은 혜택과 이득을 얻었을까요. 바로 총칼로 권력을 잡은 그 당시 독재 정권입니다. (143쪽)
악법은 우리의 힘으로 개정하거나 폐지해야 합니다. 법이라고 해서 맹목적으로 따라서는 안 됩니다. 정당성을 따져 보고 국민을 위한 법인지 살펴보아야 해요. 악법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14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