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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이라기 님은 자신을 찾고 있다 8
니시모리 히로유키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1년 2월
평점 :
품절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늘 함께하는데 죽음이란 없어
《히이라기 님은 자신을 찾고 있다 8》
니시모리 히로유키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1.2.25.
《히이라기 님은 자신을 찾고 있다 8》(니시모리 히로유키/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1)을 읽으면서 그림꽃님이 들려주려는 이야기를 새삼스레 새깁니다. 여태까지 빚은 그림꽃을 돌아보노라면 ‘마음과 마음을 다스리는 힘’이랑 ‘말과 말을 돌보는 힘’이 밑틀이라고 할 만합니다. 때로는 푸른배움터에서 싸움놀이를 하면서, 때로는 동무하고 잎물(차) 한 모금을 마시며, 때로는 칼을 허리에 차고서, 때로는 스스로 멋님이라고 여기면서.
우리는 서로 얼마나 멀거나 가까울까요. 우리는 서로 언제 만나고 헤어질까요. 만나니 반갑다면 헤어지는 자리는 그저 서운해야만 할까요. 만나기까지 설레면서 기쁘게 웃음짓는다면, 헤어지는 자리에서도 새날을 고요히 그리면서 온마음으로 노래할 만하지 않을까요. 《히이라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숱한 나날을 돌고돌면서 마주한다지요. 숱한 나날을 돌고도는 사이에 ‘입는 몸’은 늘 다릅니다만, ‘흐르는 마음’은 늘 같아요.
생각해 봐요. 마음이 늘 함께하는데 우리한테 죽음이 있나요? 마음이 늘 함께하지 못하는 때라야 비로소 죽음이지 않을까요? 우리가 오늘 입은 이 몸을 내려놓아야 하기에 죽음이 되지 않습니다. 오늘 우리가 스스로 마음빛을 잃기에 죽음입니다.
마음이 빛나기에 삶이요 살림이며 사랑인 사람입니다. 마음이 빛나지 않기에 죽음이요 거짓이요 껍데기인 먼지입니다. 어느 길을 가려는지요? 어느 넋으로 되려는지요?
겉모습을 가꿀 까닭은 없습니다. 속마음을 가꾸면 겉모습은 저절로 빛납니다. 겉차림을 추스를 일은 없습니다. 마음결을 사랑으로 차린다면 겉으로 드러나는 입성이며 몸짓은 한결같이 반짝입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요. 무엇이 되려는지 생각해요. 어떻게 만나서 어떤 하루를 지으려는지 생각해요. 어떤 마음빛으로 반짝반짝 별님이 되어 어느 곳에서 살그마니 웃음짓는 노래를 함께하려는지 생각해요. 생각하기에 삶이자 사람입니다. 생각하는 마음이라야 사랑이 싹트고 자라서 피어납니다. 생각이 없다면 삶이 없고, 사람하고 멀어지며, 사랑은 까마득합니다.
ㅅㄴㄹ
“넌 죽음에 대한, 존재가 사라진다는 공포가 없어?” “그건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습니까?” (18쪽)
“싸움이란, 먼저 진심으로 임한 사람이 이겨.” (34쪽)
‘하지만 당신은 우리와 달리 결코 끝이 없다.’ (102쪽)
‘히이라기 님. 힘을 다 쏟아버리셨구나. 우리를 위해. 이 은혜는 잊지 말아야지.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그렇게 부를 거야. 신이라고. 신이라, 정말 천진한 분이셔.’ (116쪽)
“기다려라. 좋은 것을 주마.” “이게 뭔데요?” “노송나무 씨앗이다. 어딘가에 심어 보거라.” “노송나무라면 고급 목재로 쓰는 나무잖아요? 그렇게 큰 땅은 없는데요.” “황무지든 산이든, 마음에 드는 곳에 심거라. 나무는 저 혼자 자라나는 법이지.” “그런 다음 어떻게 해요?” “이따금 보러 가서, 조금씩 자라는 모습을 즐기면 된다.” “하하, 굉장히 오래 걸리는 놀이네요.” (142∼143쪽)
“히이라기. 내가 죽을 때를 알 만큼 수행한 것은 이 말을 하기 위해서야. 히이라기, 반드시 다시 태어날 테니까, 그때 다시 나를 사랑해 줘.” (165∼166쪽)
#西森博之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