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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메이드홈 1
나가오 마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4.16.
우리 집에는 누가 사는가
《홈메이드 홈 1》
나가오 마루
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12.3.15.
《홈메이드 홈 1》(나가오 마루/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12)를 읽다가 ‘우리 집에는 누가 있나?’ 하고 돌아봅니다. 어젯밤에는 이부자리 곁에서 스극스극 소리가 자꾸 나기에 “지네인가?” 하고 생각하다가 “지네는 이렇게 기는 소리가 아닌데?” 싶더군요. 이윽고 스극스극 소리를 내는 아이가 제 허벅지를 타고 기어가는군요. 뭔가 하고 이불을 들추니 거미입니다. “응? 넌 어쩌다가 여기에 왔니?” 거미를 손으로 옮기고서 “나한테 할 말이 있어서 왔니?” 하고 묻습니다.
그제는 저녁에 밥자리에 지네가 슬금슬금 올라와서 느릿느릿 기었어요. “나는 몰라도, 나 말고는 널 보며 다 놀라는데 어쩌지? 조용히 풀밭에 내놓아 줄게.” 했지요. 지네를 내늫은 이튿날인 어제 낮에 우리 집 뒤꼍에서 주먹보다 큰 참개구리가 폴짝폴짝 뛰어요. “어라? 지네를 이곳에 풀어놓았는데, 설마 네가 먹었니?”
올해에는 우리 마을에 제비가 언제 돌아오나 하고 손꼽지만 좀처럼 안 보이더니 엊저녁에 드디어 꼭 하나가 하늘을 가릅니다. 다만, 둘도 셋도 넷도 아닌 하나만 보았어요.
우리는 집에 누구랑 같이 사나요? 사람하고만 같이 사는지요? 사람을 지켜보거나 바라보거나 돌보거나 함께 놀고프다고 여기는 뭇숨결하고 어우러지는지요? 모든 숨결이 푸르게 살아가도록 북돋우는 풀꽃나무하고는 어떻게 어울리는지요?
그림꽃책 《홈메이드 홈》은 두걸음으로 단출히 매듭짓는 얼거리입니다. 두 집안이 맞물리는데, 이쪽 집안은 늘 바글바글 시끌벅적 부산하고, 저쪽 집안은 늘 겉치레와 돈벌이와 이름팔이에 얽매인 두 어버이가 아이를 하나도 안 쳐다보는 나날입니다. 이쪽 집안 아이는 착하고 참하지만 배움책(교과서)을 잘 따라가지 못해요. 저쪽 집안 아이는 차갑고 모질지만 배움책을 매우 잘 따라갑니다.
다시 우리 삶자리를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보금자리’라 할 곳에서 살림을 짓는지요, 아니면 ‘돈자리(부동산)’로 삼는 데에 한동안 머무는지요? 우리는 ‘배움자리’라 할 곳을 다니면서 삶을 배우는지요, 아니면 ‘이름자리’라 할 데를 찾아가서 마침종이(졸업장)를 거머쥐려고 용쓰는지요?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다시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어떤 곳이 우리 집인가요? 어떤 자리가 우리 배움터인가요? 어떤 데가 우리 마을인가요?
돈벌이(경제성장)에 매달리며 싸움연모(군사무기)를 늘리고 벼슬자리(공무원)를 늘리는 나라지기가 있다면, 우리 스스로 이런 데에 마음을 기울인 탓이라고 느낍니다. 나라지기(대통령·지도자)가 삶이며 살림이며 사랑에 마음을 안 쏟는다면, 바로 우리 스스로 삶이며 살림이며 사랑을 안 쳐다본 탓이라고 여깁니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달라지면 좋겠어요. 딴짓은 그치고 삶짓기를 보금자리에서 하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어설픈 기억으로 대충 깎은 거라 미안하지만, 부적이야. 다음에 사진을 보여주면 제대로 만들어 줄게.” (37쪽)
“부모님을 안 좋아하는 애가 어디 있냐. 언제든 사랑받고 싶은 법이잖아.” (51쪽)
“참 신기해. 생명 속에 생명이 있다는 게.” (57쪽)
“무관심도 엄연한 학대야. 아무리 의식주가 풍족해도 마음까지 채울 수는 없거든.” (93쪽)
“네가 클수록 널 좋아할 사람은 더 많아질 거야. 그러니까 너 스스로 널 싫어하면 안 돼. 그런 슬픈 짓은 하면 안 된다구. 알았냐? 이 바보야.” (107쪽)
“무엇 하나 내가 따라할 수 없는 엄청난 기술이야. 자기 일에 긍지를 갖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모두 장인이 아닐까?” (164쪽)
“사치오가 잘못했으면 반성할 때까지 팍팍 야단치라구요! 자기가 잘못했으면 사과하면 되는 거고! 애건 어른이건 그건 기본 아니에요?” (212∼213쪽)
“시대가 변한 걸 테지만, 뭐, 거짓말이 아닌 신비로운 이야기는 얼마든지 있단다. 이렇게 너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실로 신비롭고 기쁜 일이지.” (294∼2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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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永尾まる #ホームメイド*ホーム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