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마을지기 (2020.11.19.)
― 인천 〈나비날다〉
마을책집을 드나들며 이곳이 ‘책을 파는 곳’이면서 ‘삶을 나누는 징검다리이자 쉼터’인 줄 느낍니다. 마을책집은 마을에 깃들어 마을이웃을 책손으로 여기면서 이야기를 펴는 샘터 노릇을 합니다. 큰책집은 ‘삶을 나누는 징검다리이자 쉼터’라는 대목은 헤아리지 않습니다. 큰책집은 목이 좋은 곳을 노리면서 ‘책으로 목돈을 버는 곳’으로 나아갑니다.
마을책집만 좋고 큰책집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로 맡는 자리가 다를 뿐입니다. 마을가게가 있고 큰가게가 있듯, 서로 다른 길을 아름답게 갈 줄 알면 넉넉하다고 생각합니다. 큰가게 가운데 온가게(백화점)는 ‘배움마당(문화센터)’을 으레 꾸리곤 합니다. 사람을 더 많이 모을 자리가 있기에 돈을 더 겨냥하기도 하지만, 큰가게가 깃든 고을을 아우르면서 이야기를 펴는 자리를 마련해요.
큰가게는 왜 배움마당을 펼까요? 고을이나 고장에서 ‘돈만 보지 말라’는 목소리를 듣거든요. 마을가게에서는 엄두를 내기 어려운 여러 배움마당을 펴고 보임마당(전시회)을 펴지요.
마을가게는 사람을 더 많이 모으기보다는 ‘모인 사람이 더 가까이 어우러질 이야기마당’으로 나아갑니다. 그리고 마을가게에서 꾀하는 ‘수수하고 작은 배움마당·모임마당’을 어느덧 큰가게가 따라해요. 곰곰이 본다면, ‘온가게 배움마당(백화점 문화센터)’은 마을가게·마을책집에서 펴는 이야기마당을 가만히 배워서 어깨동무하는 얼거리일 수 있습니다.
인천 〈나비날다〉처럼 자리를 빌려 책집을 꾸리는 곳이 많고, 요새는 스스로 건사한 곳에 책터를 꾸리는 분이 늘어납니다. 집지기(건물주)가 아니기에 빌림삯을 내고, 집지기이기에 책집을 더 느긋하게 가꿉니다.
우리나라에 돈이 적거나 없다고 느끼지 않아요. 그저 벼슬자리(정치·행정)에서 돈을 제대로 안 다룰 뿐이지 싶습니다. 책집이 깃든 자리를 나라(정부·지자체)에서 사들여 ‘책집이 마흔 해에 걸쳐 집값을 내도록 하는 틀’을 세우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책집지기가 바뀔 수 있으나, 적어도 마흔 해를 그곳에서 마을책집이 이어가도록 꾀할 만해요. 이렇게 한다면 책집지기 스무 해를 하고 떠날 사람이 있다면, 새로 책집지기를 할 사람이 이 몫을 채우고, ‘그동안 낸 집값’을 예전 지기가 돌려받고, 새로운 책집지기는 스무 해를 마저 채우면 집지기(건물주)가 되는 틀입니다.
열 해 남짓 배다리에서 책으로 이야기마당을 꾸린 〈나비날다〉가 깃든 곳이 ‘근대문화유산’으로 뽑혔답니다. 책집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마을책집은 ‘근대문화유산’에서 떠나야 할까요, 아니면 ‘근대문화유산’을 지키는 책집이 될까요.
《꿰매는 생활》(미스미 노리코/방현희 옮김, 미호, 2018.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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