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여성의 눈으로 보다 철수와 영희를 위한 사회 읽기 시리즈 7
임옥희 외 지음, 인권연대 기획 / 철수와영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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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72


《인권, 여성의 눈으로 보다》

 인권연대 밑틀

 임옥희·로리주희·윤김지영·오창익 글

 철수와영희

 2020.10.24.



  《인권, 여성의 눈으로 보다》(인권연대, 철수와영희, 2020)는 뜻깊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인권’은 ‘사람길’이 아닌 ‘사내가 살아갈 길’이란 뜻이었고, 이 틀을 깨려고 ‘여권’이란 말을 이웃나라 일본에서 짓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아내’란 낱말은 일본말 ‘내자(內子)’를 그대로 옮긴 말씨입니다. ‘안사람 = 안해 = 아내’이거든요. ‘바깥양반’도 일본말이지요. 겉모습은 한글이어도 속내는 일본 살림을 드러냅니다. 이러구러 우리나라는 조선 오백 해에 일제강점기 서른여섯 해를 거치면서 ‘집안일을 도맡고 아이를 가르치되 늘 뒷전에서 들볶이던 가시내’라는 틀이 섰어요. 이동안 사내는 붓을 쥐고 거들먹거렸습니다.


  다만 이러한 틀은 벼슬아치나 임금붙이에서나 있었어요. 흙을 만지고 풀꽃나무를 돌보는 수수한 자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같이 일하고 쉬고 놀고 어우러지면서 지냈습니다.


  이제부터는 제대로 보고 생각해야지 싶습니다. 시골에서 흙을 만지며 살림을 꾸리고 손수 집밥옷을 짓고 아이를 낳아 돌보던 순이돌이는 어깨동무라는 길을 걸었어요. 이와 달리 먹을 갈아 종이에 붓글씨를 쓰던 한 줌조차 안 되는 이(사내)들은 가시내를 억누르면서 종으로 부리는 길이었습니다. 이 틀은 오늘날에도 매한가지라고 느껴요. 밖에 나가서 돈을 버는 사내가 집안을 꾸리는 틀은 ‘먹붓종이를 만지던 옛날 사내’하고 똑같거든요.


  2021년 우리나라는 서울지기(서울시장)·부산지기(부산시장)를 새로 뽑습니다. 서울지기·부산지기 모두 응큼짓(성폭력)을 저질러서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이들은 두 손으로 흙을 만지거나 아이를 돌보거나 살림을 꾸리는 사내가 아닌, 먹붓종이를 손에 쥔 사내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살림을 모르거나 등돌린 채 나라일을 맡거나 글을 쓰거나 가르치는 모든 사내’는 바보짓을 일삼기 쉽다는 뜻입니다. 거꾸로 가시내도 매한가지이지 싶어요. 응큼짓(성폭력)은 사내만 하지 않습니다. 살림을 짓지 않는 가시내도 똑같이 응큼짓을 해요. 다시 말해서, 살림을 안 짓고 참사랑하고 등진 채 글만 파는 먹물붙이(지식인)는 사람길(인권)하고 동떨어진 응큼짓(성폭력)이며 막짓(폭력·갑질)으로 기울고 만다고 느낍니다.


  이런 오늘날 우리는 《인권, 여성의 눈으로 보다》를 새롭게 바라볼 만합니다. 여태껏 ‘길(인권)’을 ‘사람’이란 눈으로 본 적이 없는 우리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길을 사람으로 보도록 ‘응큼짓·막짓 먹물붙이 사내’가 아닌 ‘살림을 짓고 사랑을 가꾸는 사람, 이 가운데 가시내라는 포근사랑’이라는 눈썰미를 키울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이름·힘을 거머쥔 자리에 서면 참말로 모든 사내·가시내가 바보짓이나 막짓이나 응큼짓을 합니다. 아이를 돌보고 살림을 지으며 숲을 사랑하는 자리에 있으면 어떤 사내나 가시내도 바보짓·막짓·응큼짓을 안 해요.


  우리는 사람이 될 노릇입니다. 껍데기만 사람이 아닌, 속알맹이가 참답고 아름답고 사랑스럽기에 즐거이 살림을 짓고 돌보는 사람이 될 노릇입니다. 서로 사람이기에 가시내랑 사내가 사이좋게 어울리면서 아이를 낳아 돌봅니다. 서로 사람일 때라야만 오늘을 짓고 아침저녁으로 아이들하고 즐겁게 놀면서 꿈을 가꾸는 어른이 되어요.


ㅅㄴㄹ



‘사내 녀석들이 본래 그렇잖아.’ ‘뭘 그까짓 걸 갖고 앞길이 구만리인 남자애들 인생 망치려고 해’라며 피해자를 비난하고 가해자를 두둔하면서 관대하게 넘어가는 것이 한국 사회의 관행이었죠. (21쪽)


역사적으로 볼 때 ‘여성’은 관리의 대상이었다는 거예요. 국가가 나서서 여성의 역할을 규정하고 기획합니다. (77쪽)


자기들도 아는 거예요. 그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아이들도 스트레스가 심한 거예요. 딱히 욕을 하는 이유가 없어요. 무의식적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거죠. (86쪽)


저도 그렇지만 대학 안에 있으면 현실감각이 떨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그 결과 현실의 물적 조건, 가장 절박한 그 순간과 너무나 동떨어져서 이론을 위한 이론을 생산하기도 합니다. (148쪽)


20대 이후 남성의 자살률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50대가 되면, 여성보다 세 배나 많아집니다. 왜 그럴까요? 군대에서 익힌 잘못된 군대 문화, 가부장적 질서, 남성 중심의 사회가 결국은 남성 자신이 스스로의 목숨을 더 많이 해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요? (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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