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3.5. 서울을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시골사람 말씨대로라면 “서울을 다녀왔”습니다. 저는 바깥일을 ‘서울’에서만 보지 않습니다만, 몇 해 앞서까지는 “인천을 다녀왔”다든지 “포항을 다녀왔”다든지, 대구 부산 광주 강릉 춘천 수원 대전 청주 음성 상주 마산 군포 양주 삼천포 서천 목포 신안 ……처럼 고장 이름을 밝히면 마을 어르신이 힘들어 하더군요. 마을 어르신은 저한테 ‘콕 집어서 어디’를 묻는 말씨가 아니에요. 그저 ‘시골 밖으로 나가서 일을 하겠거니’ 하고 묻는 말씨입니다.


  인천·서울에서 살며 말꽃을 짓던 무렵에는, 또 음성에서 살며 이오덕 어른 글을 갈무리하던 때에는, 나라 곳곳을 그리 자주 다니지는 않았습니다. 시골에서 조용히 말꽃을 짓겠다는 뜻으로 고흥에 깃들어 지내는 요즈음이야말로 외려 이 고장 저 고을을 틈틈이 찾아다닙니다.


  시골에서 ‘서울을’ 바라보면서 찾아가고 일을 본 다음 시골로 돌아올 적마다 새삼스러운데요, 우리나라는 모든 고장이 ‘서울을 닮아’ 갑니다. 고장빛이나 고을빛이나 마을빛이 확확 사라져요. 전주에 한옥마을이 있습니다만, 한옥마을을 빼면 서울하고 똑같아요. 제주에 오름이 있다지만 오름을 빼면 모든 곳은 서울하고 매한가지입니다. 부산다움이나 대구다움이나 포항다움은 뭘까요? 부천다움이나 의왕다움이나 시흥다움은 뭘까요? 옥천다움이나 문경다움이나 괴산다움은 뭘까요?


  더 들여다보면 이제 어느 고장에서든 ‘우리(사람들) 스스로’ 우리다움을 잊거나 잃는 셈이지 싶습니다. 남들처럼 비슷하게 입고, 남들처럼 비슷하게 먹고, 남들처럼 비슷하게 말하고, 남들처럼 비슷하게 읽고, 남들처럼 비슷하게 써요. 모두 바람(유행)입니다.


  공장에서 찍어낸 가공식품을 먹든, 풀밥(생채식·비건)을 누리겠다고 하든, 스스로 몸이며 마음을 살펴서 새롭게 가는 길이 아니라, 누가 어떤 틀을 세워 주면 그 틀에 따라가는 결입니다.


  낫으로 풀을 베다가 그만 손가락을 찍어서 피가 철철 흐르면 어찌해야 할까요? 둘레에 있는 어느 풀이든 다 좋으니, 넓적하든 가늘든 이 풀포기를 훑어서 찬찬히 감싸면 됩니다. 강아지풀로 감싸든, 머위잎이나 쑥으로 감싸든, 뽕잎이나 감잎으로 감싸든, 느티잎이나 솔잎으로 감싸든 다 같아요. 갓잎으로 감싸도 안 쓰라리더군요. 민들레잎도 좋고 배춧잎도 좋아요,.고들빼기잎이나 소리쟁이잎이나 도트라지잎을 쓴다면 아주 훌륭하고요.


  삶을 이루는 길은 언제나 다 다르기에 새롭고 즐거워요. 살림을 짓는 하루는 늘 다 다르니까 싱그러우면서 재미나요. 뭐, 틀에 갇힌다고 나쁘지 않습니다. 시키는 일을 고분고분 따르기에 괴롭지 않습니다. ‘누가 시키느냐’는 대수롭지 않아요.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대수롭습니다.


  마음을 열면 돼요. 마음을 열어서 바라보면 돼요. ‘겉으로는 고기를 먹는다’지만, 사람이 먹는 고기는 ‘고기를 먹는 짐승’이 아닌 ‘풀을 먹는 짐승’입니다. 풀을 풀로 먹든, 풀을 먹는 고기로 먹든, 우리 몸에 들어오는 숨결은 같아요. 다만, 오늘날에는 ‘풀을 먹고사는 짐승’이 ‘풀 아닌 화학사료를 먹는 굴레’에 갇혔고, 비바람해를 먹고살 풀이 비바람해가 아닌 ‘비닐집에 갇혀 농약에 비료에 수돗물을 먹’는 얼거리라서, 이제는 풀밥을 먹든 고기밥을 먹든 우리 밥살림이 ‘화학약품에 길든 쳇바퀴’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바꾸고 새롭게 사랑으로 지피는 길이 대수롭습니다.


  무엇을 먹거나 읽느냐도 따져야겠습니다만, 어떻게 먹거나 읽는지를 훨씬 깊게 먼저 살필 노릇이고, 먹거나 읽은 다음에 스스로 어떤 사랑으로 오늘을 지으려는가를 생각할 노릇이라고 봅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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