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2.28. 비님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예전에는 그저 비를 ‘비’라고 하다가, 어느덧 ‘비님’이라는 이름을 씁니다. ‘비’라고만 할 적하고 ‘비님’이라고 할 적은 사뭇 다릅니다. ‘해’라고만 할 적하고 ‘해님’이라고 할 적에도 확 달라요. 아이를 ‘아이님’이라 하고, 동무를 ‘동무님’이라 하고, 책을 좋아하는 이웃을 ‘책님’이라 하면, 서로 만나는 마음까지 새롭더군요.


  둘레에서 마주하는 사람이며 목숨마다 ‘-님’을 붙이다가 남이 아닌 나한테도 ‘-님’을 붙이곤 합니다. 다같이 님이 되자고, 서로 님으로 노래하자고, 누구나 님이면서 이야기(니르다·닐다·이르다)를 할 적에 온누리가 넉넉히 피어나리라고 생각합니다.


  손바닥에 떨어지고 이마를 톡 치고 머리카락이며 몸을 적시는 빗물은 구름이기도 했고 아지랑이에 바다이기도 했습니다. 우리 몸을 흐르는 피이기도 했고, 냇물이며 샘물이기도 했습니다. 나무나 꽃이기도 했고, 흙을 안고서 질척질척한 길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얼음이나 눈이기도 했고, 못이며 수돗물이 되기도 했고, 빵이나 밥이나 주전부리가 되기도 했어요.


  그러니까 풀꽃나무가 되기도 했던 비·물방울인 만큼, 이 숨결은 책이 되기도 했어요. 오늘 우리 곁에서 책이란 몸뚱이로 있는 숱한 종이꾸러미는 모두 숲에서 자라던 나무였으니, 이 별을 두루 돌던 빗물이란 기운이 고이 배었다고도 하겠습니다. “책을 읽는다 = 숲을 읽는다 = 비를 읽는다 = 물을 읽는다 = 별을 읽는다 = 숨을 읽는다 = 삶을 읽는다 = 나를 읽는다 = 사랑을 읽는다”라고까지도 말할 만합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참방참방 놀이를 하고 쓱싹쓱싹 비질을 합니다. 비가 그친 날에는 폴짝폴짝 놀이를 하고 살림을 갈무리합니다. 비를 싫어한다면 우리 스스로 ‘나’를 싫어하는 셈이고, 비를 반긴다면 우리 스스로 ‘숲’을 반기는 셈입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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