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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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2.14.

인문책시렁 167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호경 옮김

 열린책들

 2013.7.25.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요나스 요나손/임호경 옮김, 열린책들, 2013)이 재미있다고들 해서 장만해서 읽는데, 첫머리는 조금 재미있구나 싶더니, 어느새 ‘어제오늘이 갈마드는 얼거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이 흐르면서 따분합니다. 소설이니까 소설다운 노릇일는지 모르는데, 온누리는 모름지기 이어지기 마련이요, 몇 다리 건너면 알게 모르게 얽히겠지요.


  이러다가 누가 “〈한겨레〉하고 〈프레시안〉에는 배구선수 학교폭력 글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읊는 말을 듣습니다. 설마 싶다가도 참말로 두 새뜸은 입을 거의 벙끗하지 않는구나 싶어요. 문득 들여다보니 ‘학교폭력을 일삼은 이한테 핑계를 달아 주는 글’이 가장 잘 보이고, 딱히 다른 글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때린이를 나무라는 글이 두엇 있으나 그뿐입니다. 맞으며 괴롭고 아픈 사람들 목소리를 담는다고 밝히는 새뜸이, 낮고 작은 목소리를 귀여겨듣고 펴겠다고 밝히던 새뜸이, 뜻밖인지 아닌지 ‘학교폭력 배구선수 말썽’을 놓고는 딴청을 하거나 팔짱을 끼는 모습입니다.


  바른길이라 할 적에는 어느 쪽에도 기울어지지 않는 몸짓입니다. 바른말이라 할 적에는 핑계나 토를 붙이지 않습니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 나오는 할아버지는 딱히 바른길을 걷거나 바른말을 한 사람이지는 않습니다. 스스로 먹고살 길을 스스로 찾아나섰을 뿐이고, 스스로 배워야 할 삶을 스스로 배우며 아흔아홉 살까지 살았고, 어쩌다 갇힌 양로원이 끔찍하게 싫어서 달아났을 뿐입니다.


  할아버지는 할아버지 할머니하고만 있어야 즐거울까요? 아이들은 아이끼리만 있어야 재미날까요? 사람은 오직 사람만 있어야 살아갈까요? 우르르 몰아놓는 곳에는 사랑보다는 굴레와 위아래가 불거지기 쉽습니다. 많거나 세거나 있다고 내세우는 사람은 둘레를 억누르기 쉽습니다. 나라는 왜 있고, 틀(법)은 왜 세울까요? 돈으로 뭘 하기에 즐겁고, 이름값으로 뭘 내세우기에 좋을까요?


  국을 끓이면서 거품을 걷어낼 적에 가만히 보면, 거품은 얼핏 반짝반짝하고 무지개빛이 감돌지만, 국맛을 제대로 내려면 이 거품을 하나하나 걷어내야 합니다. 국을 끓여서 아이들한테 먹이고 싶지, 거품을 아이들한테 먹이고 싶지 않아요. 거품이 낀 곳이라면 나라 곳곳을 싹싹 치워야지 싶고, 이 별에서도 거품걷이를 해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율리우스 욘손은 지난 몇 년 동안 아무와도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이 없는 터여서, 트렁크 노인의 방문이 뜻밖의 횡재인 셈이었다. (25쪽)


얼마 되지 않아 청년은 상황이 악화되었음을 깨달았다. 그는 입을 다물고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평상시에도 생각하는 것은 그에게 어려운 일이었는데, 지금 이처럼 차가운 냉동실에 갇혀서 지끈지끈 아픈 머리로 생각하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었다. (58∼59쪽)


살아오면서 죽을 고비를 무수히 넘긴 그는 달려드는 포드 머스탱 앞에서도 마치 남의 일인 양 태연했다. 음, 차가 섰나? 다행이로구먼그래. (158쪽)


“새 친구 아론손이라……” 반장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오랜 세월 동안 경찰로 일해 오면서, 그는 이 나라의 가장 흉악한 악당들과 상대하며 수많은 적을 만들어 왔지만 친구는 단 한 명도 만들지 못했다. (4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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