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라고 합니다 1
츠케 아야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허울을 벗어야 보는 삶



《노다라고 합니다 1》

 츠케 아야

 강동욱 옮김

 미우

 2019.7.31.



  《노다라고 합니다 1》(츠케 아야/강동욱 옮김, 미우, 2019)를 곰곰이 읽으며 겉모습하고 속마음 사이에 무엇이 흐르는가를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우리는 왜 열린배움터라는 곳을 바라보거나 들어가야 할까요? 한자로 적는 ‘대학교’란 이름처럼 ‘크게 배우는’ 데라서 바라보거나 들어가나요? 누구나 크게 배우도록 열어 놓은 터전이기에 바라보거나 들어가나요?


  놀고 싶다면 ‘대학생 아닌 젊은이’로서 놀면 됩니다. 놀면서 쓸 돈은 스스로 일해서 벌면 됩니다. 배우지 않고서 ‘대학생 이름’만 얻으면서 놀려 한다면, 구태여 비싼 배움삯을 갖다 바치거나 치러야 하지 않습니다. 그 돈으로 땅을 장만해서 집을 짓는다든지, 나들이를 다닌다든지, 이웃을 돕는다든지, 책을 장만한다든지, 자전거를 사서 온누리를 누빈다든지 하면 돼요.


  더 헤아려 보면, 푸른배움터인 ‘중·고등학교’도 굳이 다닐 까닭이 없습니다. 푸른배움터라는 이름처럼 푸르게 삶을 바라보고 살림을 꿈꾸며 사랑을 익히는 자리야면야 참말로 모든 어린이가 이곳에서 배움꽃을 피울 만해요. 이와 달리 ‘대학교 마침종이란 이름’을 얻고자 여섯 해 동안 배움수렁에 빠져야 하는 나날이라면, 어떤 어린이도 이딴 곳에는 보낼 까닭이 없어요. 아이를 괴롭히려는 셈이니까요.


  우리는 마침종이를 따려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돈을 벌려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먹고 마시려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오직 이 삶을 사랑하는 길을 저마다 다르면서 슬기롭게 짓고 누리고 가꾸고 나누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려고 태어납니다. 《노다라고 합니다》는 이 얼거리를 다룹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얼굴이나 종잇조각이 뭐냐고 넌지시 묻고, 생김새나 이름이나 돈이 뭐냐고 조용히 물어요.


  언제 어디에서나 매한가지입니다. ‘정의·진보·좌파’라서 옳을 턱이 없습니다. 착하고 참되고 사랑스럽고 즐겁고 아름다울 적에 비로소 정의는 정의답고 진보는 진보다우며 좌파는 좌파답습니다. 안 착하고 안 참되고 안 사랑스럽고 안 즐겁고 안 아름다운 채, 허울·이름·돈·끼리질·힘싸움에 얽매인다면, 모두 거짓질입니다. 진보나 좌파라서 좋지 않고, 보수나 우파라서 나쁘지 않습니다. 착하기에 좋고, 참되기에 좋으며, 사랑이라서 좋아요.


ㅅㄴㄹ


‘안경을 써 본 적 없는 사람에게, 안경 쓴 사람에게만 주어진 몇 안 되는 특권을 맛보게 할 수는 없다. 그런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었습니다. 내 자신이 의외로 속좁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처음 깨닫고 놀랐지만, 놀람과 동시에, 새로운 자신을 발견한 게 기쁘기도 해요.’ (16쪽)


‘도쿄헤이세이 대학 러시아문학과 1학년 총 32명 중에서 노다는 그야말로 아웃사이더입니다. 이 F등급 대학의 F등급 학과에서 진지하게 공부하는 사람은 노다뿐이다. 이반은 바보라서 남에게 이용당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다. 그렇다면 노다는 이반인 걸까.’ (31쪽)


‘그저 노다는 평범하게 지내고 있을 뿐이며, 확실히 그 모습이 내게는 부럽게 느껴진다.’ “시게마츠 씨는 무척 말이 없네요.” ‘속으로는 엄청 떠들고 있는걸.’ (34쪽)


“그거 MHK의 ‘멋쟁이 공방’에서 ‘우유팩 엽서 만들기’라는 걸 보고 만들었는데, 잘 만들어진 게 두 개뿐이라, 본가와 시게마츠 씨한테밖에 못 보냈어요.” (79쪽)


‘기적이 일어난 확률은 제로가 아니에요.’ (102쪽)


#野田ともうしま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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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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