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직업 니시카와 미와 산문집 1
니시카와 미와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9년 4월
평점 :
품절


숲노래 책읽기 2021.2.5.

인문책시렁 163


《고독한 직업》

 니시카와 미와

 이지수 옮김

 마음산책

 2019.4.30.



  《고독한 직업》(니시카와 미와/이지수 옮김, 마음산책, 2019)을 읽다가 멈추다가 읽다가 멈추다가 했습니다. 이러다가 한참 책상맡에 놓고 잊었습니다. 왜 이렇게 이 책을 못 읽는가 하고 갸우뚱하며 되읽으려는데, 글님이 속마음을 언뜻 털털하게 드러낸 듯한 책이지만 어쩐지 털털한 듯 꾸민 모습이 썩 와닿지 않아서 그렇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사진을 하든 영화를 하든 살림을 하든 이야기를 하든 모두 같습니다. 오늘 하루를 살아간다는 대목에서 어느 자리 어느 때나 매한가지입니다. 어느 곳에서든 스스로 사랑하면 즐겁습니다. 어느 일을 붙잡든 꼭 끝까지 가야 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고독한 직업》은 글님 스스로 영화찍기가 “외로운 일”일밖에 없다고 못을 박고서 이 틀에 맞추려 하면서 어긋나지 싶습니다.


  외롭지 않은 일이 있을까요? 외로워야 할 일이 있을까요? 모든 일은 외로우면서 외로울 까닭이 없습니다. 즐거이 할 적에는 외로운지 아닌지를 안 살핍니다. 안 즐거울 적에는 어쩐지 뭔가 그럴듯한 이름을 붙이거나 내세우고 싶습니다.


  영화를 찍은 삶길을 퍽 부드러이 담아낸 듯하지만, 아무래도 허울이 꽤 짙습니다. 굳이 이런 허울을 붙여야 하지 않는다고 느껴요. 허울이 있다면 허울좋게 살아온 모습을 빙그레 웃으면서 달래면 될 테지요.


  영화를 찍는다면 무릇 여러 사람 앞에 선보여야 하기 마련이라, 속내나 민낯을 감추고서 ‘사람들 앞에서 다르게 보여주기’를 해야 할 테니, 그리고 어느 영화를 끝냈으면 다음길을 가려고 예전 영화를 까맣게 잊어야 할 테니, 여러모로 ‘허울벗기’를 바꾸는 길이 되지 싶은데, 허울을 벗기보다는 허물을 벗는다면 어떨까요? 애벌레가 나비로 깨어나는 ‘허물벗기’로 영화를 삶으로 받아들인다면, 글님이 펼 이야기는 이 책하고 확 달라지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좀더 평범하게 행동했다면 좋았을 텐데.” 텔레비전에 나온 사람이 말했지만, 그 “좀더 평범하게”가 불가능했다. (25쪽)


영화감독이 천직인 타입이라면 또 모를까. 나 같은 기량의 사람에게 영화 촬영은 골치 아픈 일의 연속이어서, 그중 즐거웠던 추억을 내 안에서 곱씹지 않으면 앞으로 계속해 나갈 희망을 잃어버린다. (78쪽)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독실한 불교 가정에서 염불을 아침저녁으로 들으며 자란 나는 친척 언니가 다니던 기독교계 중학교를 동경해서 입시를 위해 보습학원에 다니겠다는 말을 꺼냈다. (202쪽)


떠올리기만 해도 구역질 나는 일이 나중에 돌아보면 본의 아니게 내 인생의 전기가 된 경우가 많다. 이후 나는 두 번 다시 흰종이 위를 나의 왕국으로 여기지 않게 된 것 같다. (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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