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우리 걸음은 사뿐히 (2019.4.19.)

― 순천 〈책방 심다〉



  우리는 늘 두 가지 말을 쓴다고 느낍니다. 첫째는, 스스로 짓는 하루를 담아내는 말입니다. 둘째는, 아직 스스로 짓거나 가꾸거나 나아가지 못하더라도 이제부터 스스로 짓거나 가꾸거나 나아가고 싶은 하루를 담아내는 말입니다.


  하는 사람하고 해보는 사람이 있어요. ‘하는’ 사람은 잘하건 못하건 하루를 짓는 결입니다. ‘해보는’ 사람은 아직 못하지만 하루를 짓고픈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결입니다.


  땅이 드넓어 나무도 심고 집도 짓고 너른터를 두고 손님집까지 따로 마련하고 못도 파고 이모저모 할 만합니다. 그러나 땅 한 뙈기조차 없기에 이도저도 못한다 싶으나, 앞으로 우리 땅을 누릴 적에 무엇을 하겠노라 꿈을 그려 볼 수 있어요. 꼭 오늘 모두 해내거나 해냈기에 ‘하는’ 일만 말로 얹지 않아요. 여태 해낸 적이 없더라도 앞으로 ‘하’고 싶기에 ‘해보는’ 마음을 말에 얹을 만합니다.


  작은아이하고 손잡고 〈책방 심다〉를 찾아갑니다. 큰아이하고도 손잡고 책집마실을 누리고 싶은데, 큰아이는 집에서 어머니 곁에 머물며 살림순이 노릇을 하겠노라 합니다. 그래, 그러한 길도 아름답고 즐겁겠지.


  사뿐사뿐 걷습니다. 걸으면서 바람을 마십니다. 천천히 걷습니다. 바빠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저는 이쪽에서 저쪽 사이를 금으로 죽 긋고서 가로지를 마음이 아닙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가는 길을 두루 누리면서 느긋하게 하루를 누리고 싶습니다. 우리한테는 마음이 있으니 아무리 멀리 떨어졌어도 늘 만나요. 우리한테는 몸이 있으니 멀고먼 그곳까지 천천히 에돌면서 찬찬히 나아갑니다.


  스스로 빛나는 숨결인 줄 마음으로 깨닫고 배운다면, 스스로 빛나는 숨결이 되도록 몸을 다스리고 달래며 토닥이지 싶습니다. 아이하고 손잡고서 시골버스에 시외버스에 시내버스까지 줄줄이 갈아타면서 한참 걸리는 이 마실길을 오가는 사이에도 “우리가 무엇을 보고 마주치고 겪든 우리 꿈을 파랗게 하늘빛으로 그리자” 하고 속삭입니다.


  책을 더 많이 읽고 싶기에 책마실을 다니지 않습니다. 책을 더 많이 읽고 싶다면 집콕을 하면서 누리책집에 시키기만 하겠지요. 마음에 심을 생각씨앗을 헤아리면서 이웃마을 하늘빛을 마주하고, 우리 걸음이 닿는 자리마다 기쁨씨앗이 새록새록 드리우기를 꿈꾸기에 책마실을 다닙니다. 책을 더 즐겁게 읽고 싶기에 책마실을 다녀요. 책을 더 곱게 읽고 싶기에 책집마실입니다. 책을 더 사랑스레 읽고 싶기에 책숲마실입니다. 마을마다 피어나는 봄꽃이 가볍게 봄바람을 쐬면서 춤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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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과 시작한 열일곱》(모리야마 아미/정영희 옮김, 상추쌈, 2018)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강민선, 임시제본소, 2018)

《바이칼호에 가고 싶다》(정해광, 심다, 2019)

《숨》(노인경, 문학동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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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지도는 수정하실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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