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하나를 사이로 창비시선 150
최영숙 지음 / 창비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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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노래책시렁 176


《골목 하나를 사이로》

 최영숙

 창작과비평사

 1996.6.25.



  곁님이 문득 “똑같은 일이어도 여자가 보는 눈하고 남자가 보는 눈이 달라요.” 하고 말합니다. 더없이 마땅합니다. 아이들이 곁님(어머니) 말을 귀담아 듣습니다. “얘들아, 너희가 보는 만화영화 가운데 여자 감독이 그린 것보다 남자 감독이 그린 것이 훨씬 많아.” 곰곰이 보면 ‘소년 만화’란 이름을 붙여 ‘치마 들추기 응큼질’을 곧잘 그리더군요. 아다치 미츠루 같은 사람이 이런 그림을 즐깁니다. 이이뿐 아니라 숱한 ‘사내’가 그래요. 타카하시 루미코 님은 하늘을 나는 아이를 그려도 ‘치맛속이 안 보이도록’ 합니다. 《골목 하나를 사이로》를 한 해 동안 책상맡에 놓고서 되읽었습니다. 노래님은 2003년에 흙으로 돌아갔기에 더는 노래를 못 남깁니다. 그러나 조용히 남긴 노래 몇 자락을 되새기면서 ‘이 땅과 푸른별을 바라보는 눈길’을 새록새록 생각합니다. 이 나라에서 누가 ‘인형’일까요. 이 터전에서 누가 ‘혼자’일까요. 옛날 옛적에 “암수 서로 살갑구나” 하는 노래가 흘렀습니다. 둘은 서로 다르기에 살가우면서 사랑을 속삭일 만합니다. 똑같을 적에는 사랑이 피어나지 않아요. 다르기에 사랑이 깨어납니다. 다른 암수는 다르면서 빛나는 사랑을 지으며 스스로 노래가 됩니다. 그래요, 사랑이라면 노래일 테지요.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주민들은 항의했다 / 아이들 교육상 안 좋은 저곳을 철거하라, / 유리 속의 인형 인형 같은 여자들은 말했다 / 당신들보다 오래 산 우리가 이곳의 주인이다. (유리 속의 인형/29쪽)

내 친구 애경은 상도동에서 혼자 산다 / 서른여섯의 독신, 아이들 글짓기 가르치며 / 한강 건너 다섯 가구가 사는 연립주택 / 그 중에 방 하나 세들어 산다 (그 집 찾아간다/45쪽)


늑장인 나의 출근보다 먼저 / 칠순의 새벽 새마을공사장 / 하얀 머릿수건을 고쳐 매시며 / 이거 한번 맛보라고 / 그리 공부해서 무에 될라느냐고 (식혜/80쪽)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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