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2.


《내가 책이라면》

 쥬제 죠르즈 레트리아 글·안드레 레트리아 그림/임은숙 옮김, 국민서관, 2012.11.26.



받아들이면서 살아가는 길을 생각한다. 이만 한 키라면 이 키를 받아들이고, 이러한 얼굴이라면 이 얼굴을 받아들이기도 할 테지만, 곁에서 흐르는 풀내음을 받아들이고, 멀리 바깥일을 보러 다녀올 적에는 보금자리에서 피어나는 나무빛을 어디에서라도 받아들이는 길을 생각한다. 등허리를 펴려고 자리에 눕다 보면 갖은 꿈이 잇달아 찾아든다. 이 꿈은 누구 얘기일까? 먼나라 남들 얘기인가, 아니면 아스라히 먼 예전에 스스로 겪은 얘기인가, 아니면 또다른 곳에서 살아가는 다른 내 얘기인가? 《내가 책이라면》은 책을 둘러싼 얘기를 조금 넓거나 깊으면서 재미있게 들려주려고 했다고 느끼지만 썩 넓거나 깊게 들어가지는 않았구나 싶다. 나는 생각한다. ‘내가 책이라면 할머니도 얼마든지 하늘을 날아오르는 길을 들려줄게’라든지 ‘내가 책이라면 아이가 신나게 뛰놀며 꿈꾸는 하루를 들려줄게’라든지 ‘내가 책이라면 서울 한복판에서도 나무랑 속삭이는 말빛을 들려줄게’라든지 ‘내가 책이라면 몸피를 개미만큼 줄여서 땅밑나라로 나들이를 가고, 몸뚱이를 빛으로 바꾸어 온별누리를 가로지르는 마실을 들려줄게’ 같은 얘기를 펴고 싶다. 나무는 왜 숲을 떠나 마을에서 사람들 곁에 머무는 종이꾸러미인 책이 되었나 하고 돌아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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