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스미소우 완전판 - 상
오시키리 렌스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밖에서 오지 않은 사람이란
《미스 미소우 上》
오시키리 렌스케
허윤 옮김
대원씨아이
2018.6.30.
《미스 미소우 上》(오시키리 렌스케/허윤 옮김, 대원씨아이, 2018)에는 ‘19세 미만 구독 불가’란 붉은 띠가 붙습니다. 사람이 서로 죽이고 죽는 모습을 꽤 고스란히 담아내기에 이처럼 붉은 띠를 붙이는구나 싶은데, 나라 곳곳에서 벌어지는 숱한 따돌림이나 괴롭힘질도 ‘아이가 보면 안 될 짓’이라고 느낍니다.
나라지기나 벼슬아치가 저지르거나 벌이는 못난 짓이 안 끊입니다. 저쪽에서 나라지기나 벼슬아치를 맡았든, 이쪽에서 나라지기나 벼슬아치를 맡았든, 힘을 부리고 이름을 날리며 돈을 거머쥔 쪽이라면 으레 못난 짓을 벌이더군요. 가만히 본다면 그림꽃책 하나에 ‘보면 안 됨’이라는 붉은 띠를 붙일 노릇이 아니에요. 모든 새뜸(신문)에 붉은 띠를 붙여야 하지 않나요? 볼썽사나운 이야기가 날마다 쏟아지지 않나요?
잘못을 저지르고도 감추는 어른이 수두룩합니다. 잘못을 저지른 다음 돈을 먹여 붓쟁이(작가·기자)를 구워삶는 어른이 수두룩할 뿐 아니라, 뒷돈을 받고서 잘못을 덮는다든지, 마치 잘못이 없었다는 듯이 꾸미는 어른이 넘칩니다. 돈을 벌고 이름을 얻고 힘을 누릴 수 있다면, 뒷돈쯤이야 대수롭지 않다고 여기는 어른이 참으로 많아요.
아이들이 왜 사나울까? 아이를 낳아 돌본다는 어른부터 사납거든요. 아이들이 왜 서로 돌보거나 아끼지 않고 서로 따돌리거나 괴롭힐까요? 바로 어른들이 서로 따돌리거나 괴롭히거든요. 아이들은 모두 지켜보고서 고스란히 따라합니다. 어른 스스로 착한길을 걷는다면 아이도 이를 지켜보고서 착한길을 걸어요. 어른 스스로 몹쓸길을 걸으면서 아이한테만 몹쓸길 아닌 착한길을 걸으라 하면, 아이는 어느새 겉속이 다른 두 갈래로 나아가겠지요.
밖에서 오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밖에서 오든 아니든, 모두 이곳에 함께 있습니다. 나랑 다른 사람을 이웃으로 여기지 못하는 마음이라면, 아무런 사랑이 없겠지요. 다시 말해서, 저쪽을 미워하는 이쪽이랑 이쪽을 싫어하는 저쪽은 똑같이 사랑하고 동떨어집니다. 둘은 한통속이 됩니다.
ㅅㄴㄹ
“도쿄로 돌아가, 멍청아. 그 쓰레기장에서 자빠져 잠이나 자라고! 너 같은 외부인하고 같이 졸업하는 건 절대로 싫어!” (22쪽)
“아무 일도 없다고요? 아니, 하지만 제 딸은 어제도 진흙투성이가 돼서 돌아왔단 말입니다.” “그걸 왜 저희 학생들이 괴롭힌 거라고 단정하시는 거죠?” “자기 학생들을 감싸려는 기분도 알겠습니다만, 제 딸도 당신의 학생입니다.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글쎄요.” (29쪽)
“노자키. 카메라는 정말 좋아. 좋은 걸 찍고 싶다는 기분은 정말. 함께 해보지 않을래?” (67쪽)
“그렇지만 말야, 마미야. 내가 좀 글러먹은 건지는 몰라도 그때 무척이나 마음이 두근거렸어. 그동안 쌓이고 쌓았던 게 단번에 해방된 것 같은 기분이었거든.” “너라는 존재 자체가 글러먹은 거야.” (132∼133쪽)
“넌 아무것도 몰라. 아무튼 나는 완전 질렸어. 시골 이발소가 아니라, 도쿄에서 바쁘게 일하고 싶어. 내가 이런 곳에서 끝날 거라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여기에 정 붙여서 사는 내가 되고 싶지도 않아.” (31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