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다섯 해 : 때로는 첫밗에 눈부신 빛꽃(사진)을 얻는다. 그런데 철을 보내고 해를 보내면서 꾸준히 담노라면, 한 해가 넘어갈 무렵 더없이 눈부신 빛꽃을 얻는다. 이렇게 두 해째 보내고 세 해째 맞이하면, “아, 내가 찍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빛꽃이 다 나오는구나.” 하는 열매를 얻는다. 그리고 네 해를 보내고 다섯 해를 맞이하면, 어느 날 문득 “그래, 난 이곳에서 이 빛을 담고 싶었어.” 하는 빛꽃을 얻는다. 이다음으로 여섯 일곱 여덟 아홉 해를 지나 열 해째에 이르면 “어, 내가 찍었는데 내 빛꽃을 보며 눈물이 나네.” 하는 열매를 얻고, 이때부터 열 해를 보내면서 스무 해를 맞이하는 동안 꾸준히 빛꽃으로 담으면 그저 웃음이 사랑처럼 피어나는 빛꽃을 찍는다. 간추리자면, 스승이나 대학교나 강의나 길잡이책은 없어도 된다. 처음에는 세 해, 다음에는 다섯 해, 그리고 열 해, 이다음은 스무 해, 이렇게 스스로 삶으로 녹이면 다 된다. 빛꽃(사진)이나 글이나 그림 모두 매한가지요, 살림살이도 똑같다. 스무 해를 몸이랑 마음으로 살아낸 뒤에는, 이제 모두 홀가분하게 다룰 수 있다. 20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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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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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1일에 닫은

서울 혜화동 〈혜성서점〉이 있습니다.

1985년에 혜화동에 새로 연 헌책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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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헌책집은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찍었는데,

2011년에 닫으셨기에 더 찍을 수 없었습니다만,

다섯 해째인 2005년에 이르러

비로소 제가 담고 싶던 그림을

담아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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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집 앞 나무가 바람에 살랑이며 해를 먹는,

그리고 책집지기 자전거하고

책손 자전거가 나란히 선

고요하면서 아늑한 어느 날 모습이에요.

이 모습을 담으려고 다섯 해를 드나든 셈이라고

해도 좋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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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찍은 사진이니

충북 충주에 있는 이오덕 어른 살던 집에서

서울 혜화동까지 자전거로 4시간 30분을 

한숨도 안 쉬고 달린 끝에

이 헌책집 앞에 닿아

숨을 가늘게 고르고서 담은 빛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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