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4.


《새는 건축가다》

 차이진원 글·그림/박소정 옮김, 현대지성, 2020.3.4.



허리앓이 나흘째. 등허리를 펴려고 누워서 눈을 감으면, 그동안 이 등허리로 어떤 일을 했는지 줄줄이 떠오른다. 갓 태어나서 아이로 뛰놀고, 어린배움터에 처음 들어가고, 푸른배움터에서 묵직한 짐을 짊어지고서 새벽부터 밤까지 배움수렁에 휩쓸리고, 텃마을을 떠나 서울에서 살고, 서울에서 새뜸을 돌리며 책집마실을 다니고, 갖가지 일을 하면서 등허리를 어떻게 썼는지 찬찬히 되새긴다. 등허리는 나를 탓하지 않는다. 이제까지 걸어온 길을 보여주면서 나한테 등허리가 얼마나 놀랍고 대단한 자리인가를 알려준다. 찌릿거리는 등허리로 아이들하고 밥을 짓는데, 두 아이가 “엇? 엇?” 하면서 후박나무 쪽을 바라보더니 우르르 나간다. “무슨 새지?”“무슨 새일까?” 아이들은 여태 들은 노래하고 다른 노래를 들려주는 새가 궁금하다. 그래, 밥보다 새가 대수롭지. 한참 고개를 내밀어 새노래를 듣다가 셋을 본다. 동박새이다. “동박새가 저렇게 곱게 노래하는구나!” “동박새 눈이 꼭 보석 같아!” 자리에 누워 《새는 건축가다》를 읽었다. 새가 둥지를 트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여러모로 배웠지. 그런데 그림이 좀 사진스럽다. 그저 그림으로 새를 만나고, 새를 이웃으로 마주한다면 글·그림이 모두 부드럽고 상냥했을 텐데 싶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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